한 줄의 사실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들은
희대의 뻥쟁이거나
타고난 이야기꾼이거나
그냥 쓰레기거나..?
<성스러운 작가생활> 26화. 변신 中
그런 날이 있다. 단 한 줄의 문장으로 하나의 기승전결이 술술 이어져나오는 날.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디 길게.
어디선가 본듯한 표현이지만, 정확히 어디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 문장들. 인간이 하늘 아래 존재하는 한, 창조주가 되지 않는 한,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는 게 있겠냐며... 스스로를 변명하며 넘어가곤 했었다. 어차피 노트 위에 끄적인 펜 자국 외에는 남지 않으니 굳이 상관 없기도 했고.
어렸던 날, 누군가는 그걸 재능이라 했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누군가 그렇게 만들어진 기승전결을 듣고 흥미를 느껴준다는 것. 그 사실이 마음을 뛰게 만들었다.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고백한다. 그 시절 내가 풀어놓던 에피소드의 상당수는 100% 사실이 아니었다. 내가 직접 겪었던 일부, 혹은 주위에서 전해들은 이야기의 일부. 그 이야기들을 섞어 그럴 듯하게 버무린 무엇.
그런 것들을 씨앗으로 삼아 틔워낸 결과들이 많았다. 비유하자면 뿌리는 사실이되 줄기와 가지는 과장이고 잎과 열매는 거짓이었다고 할까.
거짓말을 일삼은 주제에 뻔뻔하기 짝이 없는 말일 수 있지만, 죄책감은 없다. 그 자리에 듣고 끝났을 '이야기'일 뿐이었으니까. 누군가의 실명이 들어간 적도 없고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이었을 거라 생각하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뻥쟁이'의 삶이 이어진 덕분(?)에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몇 권인지 모를 노트를 채운,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들.
'식상함'이라는 자가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탓에, 노트의 페이지 밖으로 벗어나지 못했지만... 의심하지 않는다. 오래 전, 어렸던 내가 한두 줄 사실을 가지고 여러 기승전결을 빚어냈던 것처럼, 이 빼곡한 문장들도 언젠가 그리 쓰일 수 있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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