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주위를 보면 "생각이란 걸 하는 걸까?" 싶어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 것도
이 제목이 끌리게 하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 방향(?)은 아니었지만.)
딱히 염세적이라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만족보다 불만이 많은 편인 건 인정한다.
어쩌면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
꼰대 기질이 내재하고 있는 걸지도...
흠... 이건 좀 주의해야겠다.
아무튼,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
고르고 골라 딱 한 마디로 소감을 말하자면...
마치 '논문을 읽는 기분'이었다.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인용'으로 가득하다.
누군가의 말, 글, 기사나 칼럼, 연구결과 등등.
과장 좀 많이 보태서,
저자의 글 두 줄에 인용 사례 하나가 붙는 느낌.
덕분에 객관성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물론, 인용의 출처는 정확한지,
인용한 내용에 대한 '해석'이 타당한지까지
의심하려 한다면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부분까지 직접 검토할 자신은 없다.
그래서 그냥 믿으려 한다.
(출판사 편집자들이 알아서 잘 검토했겠거니...)
수많은 인용으로 인해 불편한 점?
'저자의 의견'을 발라내기가 녹록치 않았다는 것.
인용 사이사이 저자의 서술도 분량이 상당했지만,
인용이 너무 많다보니 묻히는 느낌도 있었다.
좀 '세게' 말하자면,
인용의 권위를 빌어 숨으려는 듯 보였달까.
참 오래 걸렸다.
밀리의 서재 뷰어 설정으로
글자 크기를 -5인가 -6 정도로 했는데도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색인을 제외하면 600페이지 정도?)
양이 많은 것도 있지만,
인용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흐름을 놓칠 때가 많아
읽는 재미가 좀 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은
제대로 찾아냈다고 자신한다.
인터넷 기반의 정보화 시대.
사방에서 쏟아지는 정보.
필요한 정보만 걸러내야 하는 환경.
덕분에 요구되는 능력은,
한 곳에의 집중력이 아닌
'멀티 태스킹'이다.
(물론 대부분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자는 과거 소크라테스의 경고를 인용한다.
기록으로 인해 인간은
기억하는 능력을 잃어갈 것이다.
즉, 글쓰기와 책과 같은 기록수단의 등장으로 인해,
모든 것을 기억해야 했던 인간은
기억 능력이 이전보다 퇴화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이다.
정보 기술의 발달이 보편화되며,
인간은 기존에 갖고 있던 능력을 잃었다.
저자는 그것을 '생각하는 능력'이라 칭하며,
이 책의 제목에 반영했다.
물론 원제(The Shallow)를 번역한 것이기에
실제 맥락은 좀 다르겠지만.
나는 책을 좋아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와 무관하게 그냥 좋아한다.
덕분에 현대인들이 잃어가고 있다는 '그 능력'을
상대적으로 천천히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말 그대로 '얻어 걸린' 셈이다.
아마 세상과의 단절을 각오하지 않는 한,
능력을 잃지 않을 방법은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논리대로라면,
인터넷을 끊다시피 해야할 테니까.
만약 그렇게 해서 능력을 잃지 않고 지켜낸들,
세상과 단절돼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글쟁이의 글은,
결국 읽어주는 이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인데.
결국 이 책은 궁극적인 의문을 던진다.
인간이 잃어버린,
혹은 잃어가고 있는 능력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타당한가?
그 능력을 잃어가는 것이 불가항의 흐름이라면,
무엇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하는가?
어렵지만 참 흥미로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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