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걸이 잘 어울린다."
"그래? 선물받은 거야."
"가끔 빛이 반짝해."
코코는 목걸이를 오래 쳐다보았습니다.
[ 열여섯 살의 꿈 ]
6장
잠결에 눈이 부신 듯한 기분이 들어 눈을 떴습니다.
어두운 방에 환한 빛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마야는 침대를 빠져나와 빛이 새어 나오는 다락으로 향했습니다.
그 곳에는 예전과 똑같이 넓은 계단이 있습니다.
‘그 꿈이야.’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계단이 삐걱삐걱 낡은 소리를 냅니다.
여기저기 나무가 떨어져 나간 곳도 있어 계단 틈새에 발이 빠지기도 합니다.
달의 문도 조금 낡아있습니다.
경첩에도 녹이 슬어있네요.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별똥별까지 한걸음에 달려가서 하나 잡아채고 뚝 떨어집니다.
이제 당황하지도 않습니다.
코쟁이가 받아주지 않아도 겁나지 않습니다.
마야는 덥수룩하게 자란 잔디 위를 데굴데굴 굴러 일어납니다.
꿈에서도 기침이 나옵니다.
이곳은 예전과 조금 달라져 있습니다.
잔디의 색깔이 바래 있기도 하고, 밑동이 베어져 있거나 바람에 쓰러진 나무도 보입니다.
‘그래. 좀 더 현실적이 된 거 같아.’
마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코코를 찾아 노란 벽돌길을 따라갑니다.
몸이 아파서 그런지 콧노래가 나오지 않습니다.
들판을 지나는데 군데군데 집이 들어서 있습니다.
코쟁이도 집을 다 지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집 주변엔 양들이 모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는 양을 찾아냈어요.
“69번. 뭐 하고 있는 거니? 전처럼 놀지 않고?”
“이제 일을 해야 해. 코코가 밭을 갈라고 시켰거든.”
69번은 뚱한 표정으로 밭을 갈고 있습니다.
쟁기질에 열정이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나랑 놀자.”
“안돼. 저기 늑대 아저씨 보이지? 일을 안 하면 벌을 서야해.”
언덕 위를 보니 의자에 앉아 기계를 돌리고 있는 늑대가 보입니다.
풍선에 바람을 넣고 있습니다.
노란색, 주황색, 상아색 풍선들이 둥둥 떠올라 서로 부딪치며 바람에 실려 날아갑니다.
마야는 풍선을 하나씩 만지며 언덕을 올라갑니다.
“네가 마야구나.”
늑대 아저씨가 먼저 아는 척을 합니다.
“저요? 절 아세요?”
“그럼 코코한테 얘기 들었단다.”
“걔 어딨어요?”
“하늘 위에 있지. 내가 이따가 길을 알려줄게. 참, 너 같은 여자애 한 명이 더 있던데.”
늑대 아저씨는 나무 아래에 앉아 멍하니 풍선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애를 가리킵니다.
여자애 머리 위에 있는 나비 모양의 리본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애가 먼저 알아봅니다.
“너, 우리 반이구나?”
“로즈... 로즈 너는...”
“응, 난 아파서 죽었는데, 정신이 들어 보니 여기였어.”
“아픈 건 어때?”
“더이상 아프지는 않아. 아빠 보고 싶어. 날 집에 데려다 줄래?”
“난 네 집을 모르는데.”
“그럼 어쩔 수 없구나.”
로즈는 실망한 표정이었습니다.
“같이 놀지 않을래?”
“난 그냥 여기서 앉아있을래.”
로즈는 다시 나무 아래에 주저앉아 풍선을 만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야.’
마야는 안심했습니다.
‘코코를 찾아봐야지. 저 애를 잘 돌봐달라고 해야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늑대 아저씨한테 길을 묻습니다.
“갈 거야?”
늑대 아저씨는 양들에게 호령을 한번 하고는 따라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이 풍선들은 다 뭐에요, 아저씨?”
“요즘은 이런 게 없으면 분위기가 안 좋아서.
1번 양이 생각한 아이디어야. 괜찮지?”
늑대 아저씨는 말을 하면서 터덜터덜 분수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갑니다.
분수는 바싹 말라있습니다.
“물이 안 나와요.”
“요즘 물이 부족하거든. 그래서 틀어놓지 않아. 거기 가운데 서 봐.”
마야는 늑대의 말에 따라 한가운데 섰습니다.
늑대 아저씨는 구석으로 가서 뭔가를 조작합니다.
“아이 차가!”
차가운 물이 그녀를 뒤덮습니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몸이 물줄기를 타고 부웅 떠오릅니다.
풍선의 무더기를 헤치고 구름 저편까지 솟아오릅니다.
그녀의 비명이 환호로 변하네요.
물줄기가 약해지자 어느 집의 마당에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울타리 밖은 허공입니다.
‘집이 하늘을 날고 있어. 멋진데.’
그녀는 생각했습니다.
문을 두드려 봅니다.
남자애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코코?”
그녀와 나이가 비슷해 보였습니다.
얼굴 윤곽이 더 분명해지고 눈썹도 짙어졌어요.
같은 반 남학생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드디어 왔구나. 매일 매일 기다렸어.”
코코는 매우 반가워했습니다.
“들어와. 시원한 거라도 좀 줄게.”
“몸이 다 젖었는걸. 따뜻한 걸로 줄래?”
몸이 으스스했습니다.
“그래. 물을 데워야 하니까 거기 앉아서 기다려. 어디 가면 안 돼.”
코코는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그의 방을 둘러봅니다.
들판에 있던 알파벳 조각들이 뒹굴고 있습니다.
돌과 나무를 엮어 만든 칼과 방패같은 것들이 가득했습니다.
장난감이라기엔 좀 어설프게 보입니다.
커다란 거울이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마야는 거울을 좋아합니다.
그 앞에 서니 그녀의 전신이 다 보이네요.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거울을 봅니다.
거울 속의 그녀가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오른팔을 들어보니 거울속의 마야도 오른팔을 들어 올렸습니다!
왼팔이어야 할 텐데요.
갑자기 이곳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해?”
뒤쪽에서 코코가 말했습니다.
그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거울 속의 그것은 놀라지도 않습니다.
“거울을 보고 있어.”
그녀의 말에 거울을 한참 보더니 코코가 말합니다.
“그런 생각 하지 마. 너 오늘 몸이 좋지 않아서 그래.
생각을 많이 할수록 더 이상해질 거야. 그보다,”
찻잔을 건네며 코코가 물어봅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여긴 너무 심심해.
책도 없고. 장난감도 다 만들어서 놀아야 해.”
“양들이랑 놀지 그러니.”
“난 동물들이 싫어. 애도 아니고.”
“참. 두 달 만에 많이 자랐더라?”
“두 달이라니 무슨 소리야. 그러고 보니 넌 별로 변하지 않았구나?”
“변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 아니니?”
그녀는 코코가 좀 엉뚱한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코코는 직접 깎아 만들었다는 하얀 목마를 보여줬습니다.
목마에 올랐더니 어디로 모실까요 -
하면서 스스로 따각따각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둘은 목마를 타고 하늘을 나는 집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코코는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야의 말을 잘 들어주고 이따금 맞장구를 쳐 줬습니다.
그녀의 일을 궁금해 했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를 들려주다가 로즈 얘기가 나왔습니다.
“아. 로즈라는 여자애 봤어?”
“아니. 여긴 사람은 나밖에 없어.”
“저기 내려가면 있을 거야. 심심하면 찾아봐.”
이제 돌아가야 할 거 같습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날이거든요.
“벌써 가려고? 언제 다시 올 거야?”
“금방 올게.”
그녀는 무심하게 대답했습니다.
코코의 눈은 슬퍼 보였지만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 목걸이 잘 어울린다.”
“그래? 선물받은거야.”
“가끔 빛이 반짝해.”
코코는 목걸이를 오래 쳐다보았습니다.
“이제 갈게.”
그녀는 조급해져서 말했습니다.
“이걸 가져가. 내 생각이 좀 더 빨리 났으면 좋겠다.”
코코가 작고 하얀 목마를 줬습니다.
그걸 받고 문을 나서 울타리 너머로 떨어집니다.
- 안녕
코코의 말이 저 멀리서 울립니다.
▶ [세계관] 열여섯 살의 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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