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을 즐겨 읽는 편입니다.
한때는 '아날로그 갬성'을 강조하며 종이책만 고집했습니다.
실제로 전자책 리더기를 사놓고도 잘 안 보곤 했었죠.
(어느 지인의 예언처럼 라면받침으로 안 쓴 게 다행...)
그러다가 작년 즈음,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하고도 뻔합니다.
읽고 싶은 종이책을 다 사기엔 돈이 부족했고,
도서관을 가기엔 심하게 게을렀기 때문입니다.
처음 한 달을 무료로 쓸 수 있다기에 신나게 읽었고,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연간 결제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월 정액제로 무제한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
장점이라면 당연히 금전적 절약과 공간적 편리함이겠죠.
그 장점들을 충분히 맛본 탓인지...
요즘은 단점에 신경이 쓰입니다.
첫 번째 단점.
아무래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책을 가볍게 읽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음... 이건 좀 개인적인 이유입니다만,
'밀리 적립' 때문에 책을 빨리 읽고 치우려는 경향도 있는 듯합니다.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그 책에 처음으로 밑줄을 표기할 때,
'1밀리'씩이 적립되는데요.
이걸 어떻게든 많이 쌓아보려는 쓸데없는 집착 때문에...
정작 책에는 집중을 못하는 아이러니함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실 밀리 적립을 하는 방법은 더 있지만...
저도 모르게 새로운 책 읽기와 첫 번째 밑줄로 적립되는 밀리에 집착하고 있더군요.
잠시 샛길로 빠진 걸음을 원래대로 돌아와서...
책을 가볍게 읽는 듯하면서도 나름대로 만족하긴 합니다.
어쨌거나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간단하게 북 리뷰를 쓰기도 하고,
읽는 동안 생각났던 의견들을 적기도 합니다.
밑줄 쳐놨던 부분을 다시 살펴보며 필사를 하기도 하죠.
좀 가벼울지언정,
어떻게든 그 책을 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긴 하다보니
단점이라고 느끼면서도 크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두 번째 단점.
이 지식들이 과연 쓸모가 있는가? 하는 의문.
본래 저는, 뭐가 됐든 하나라도 더 알면 좋다는 주의였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죠.
어차피 인간의 뇌 용량은 평생을 써도 다 못쓴다고 하니까요.
문제는 뇌 용량이 아니라 시간의 용량이었습니다.
뇌 용량은 충분할지 몰라도,
제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이죠.
그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던 어느 날...
지금 읽고 있는 이 책들이 과연,
'내게 쓸모 있는 지식'을 주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꼬리를 무는 의문.
쓸모 있는 지식이란 무엇인가?
글쎄요. 이건 좀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일 겁니다.
한 10년 전쯤이었다면,
저는 '지혜가 될 수 있는 지식'이라고 답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뭐라 답할 거냐구요?
망설이지 않습니다.
'돈이 되는 지식'이죠.
당장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내용.
먼훗날에라도 하려는 일에 도움이 될 내용.
뭐 그런 것들입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종종 그런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지금 내가 이런 내용을 읽고 있을 여유가 있나?
흐지부지 흘려보낸 지난 시간이 많은 만큼,
지금이라도 시간을 촘촘하게 써야하지 않나?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갈등합니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싶은데,
읽는 것부터 돈이 되는지 아닌지를 따져야 하나?
그게 정말 내가 바라는 일인가?
아마... 당분간 계속 반복될 고민일 겁니다.
어쩌면 남은 평생을 거듭할 고민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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