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욕심이었습니다.
스쳐간 모든 인연들을 붙잡으려 했던 것.
분명 욕심이었습니다.
그것도 몹시 과한 욕심.
카카오톡을 자주 들어갑니다.
하지만 보통 친구 목록은 잘 안 봅니다.
거의 대부분 채팅 목록을 보거나,
'더보기'에서 필요한 기능만을 찾곤 하죠.
두어 달 전쯤이었나.
오랜만에 친구 목록을 들어갔습니다.
상태 메시지를 수정해야겠다 싶어서요.
문득 둘러보니,
'낯선' 이름들이 여럿 보입니다.
연락처와 카톡 친구 목록을
자동으로 동기화되도록 해둔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설정을 바꿨습니다만,
꽤 오래 그렇게 해뒀었죠.
카톡 친구 목록에 '낯선' 이름이 많은 이유입니다.
친구 목록에서 숨김이나 차단을 하는 대신,
연락처 앱으로 들어갑니다.
ㄱ부터 하나씩 훑어가며,
기억이 나지 않는 이름을 지워갑니다.
예전에 쓰던 휴대폰에서
일괄적으로 옮겨왔던 연락처들 중에
특히 지울 것들이 많습니다.
한때는 애썼던 적도 있습니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안부 인사를 하면서...
나를 기억해주기를 바라기도 했었죠.
정작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알지 못한 채.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맞부딪쳐야만 하는 것.
그 당연한 진리를 꽤 늦게 알았습니다.
이제는 붙잡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인연이 될 거라면 어떻게든 닿게 될 거라고.
인연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잡을 수 없을 거라고.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거든요.
네, 어쩌면 오답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내가 마음을 다하는 만큼 남는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겠죠.
바로 제가,
그렇게 믿던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젠...
그만하고 싶습니다.
그토록 힘들게 잡으려 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느꼈습니다.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아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무엇을 해도 잡을 수 없는 거라고.
그러니 더는 집착하지 말자고.
원래 내가 하던대로 살자고.
다시 생각이 바뀌게 되면,
그때 또 그에 맞게 살면 된다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갑니다.
오래된 인연, 아니 오래된 관계들을,
더 이상 저만의 이기적인 미련 속에
잡아두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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