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문득 일기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2022년 6월부터 쓰기 시작한 A5 사이즈 노트.
어느새 한 권을 가득 채우고, 두 번째 노트도 거의 다 채워갑니다.
하루 일과 중 일기 쓰는 게 제법 습관이 됐습니다.
'A5 사이즈니까 하루에 한 페이지씩만 쓰자'라는,
부담스럽지 않은 작은 목표가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몇 년쯤 지나면 책꽂이 한 칸 정도는 차지할 것 같네요.
손에 잡히는대로 몇 장을 펼쳐봤습니다.
의외로 '일기다운 일기'가 잘 안 보이더군요.
일기다운 일기가 무슨 의미냐고요?
본래 일기란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입니다.
어떤 날, 혹은 어떤 순간에 어떤 일이 있었고,
그때의 마음이나 느낌은 어땠는지 등을 적는 거죠.
하지만 제 일기장은 좀 달랐습니다.
그 날 있었던 일보다는,
그 날 했던 생각들을 주로 적었더군요.
물론, 생각을 적는 것도 의미는 있습니다.
다만, 그 날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있는 편이 더 좋겠죠.
'일기란 이래야 한다'라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1년여 전 다시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던,
그 날의 초심에 가깝게 스스로를 정돈하는 겁니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기준을 정했습니다.
그 날 있었던 일들과 그로 인한 느낌들.
이건 한없이 개인적인 것들이죠.
스스로의 기억을 갈무리하는 것일 뿐,
다른 이에게 쓸모가 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A5 노트에 매일 한 페이지씩 적을 겁니다.
이것을 저는 '일'기(Daily Record)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기존에 일기장의 대부분을 채운 생각거리들.
이것들 또한 개인적인 것들이지만,
어쩌면 다른 이에게 자극이 될지도 모릅니다.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하거나,
잊고 있었던 내면의 무의식을 건드릴지도 모르죠.
그래서 그것들은 이제,
이 블로그에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것을 앞으로는 일'기'(Today's Writing)라 부를 겁니다.
'일'기(Daily Record)와 일'기'(Today's Writing).
뒤에 영어로 적은 건 그냥 생각대로 갖다 붙인 겁니다.
스스로 두 가지를 구분하기 위한 키워드 같은 거죠.
사실 그동안 고민이었습니다.
하루에 고작 A5 한 페이지씩만 쓰는 게 과연 적당한가?
블로그에 뭘 쓸지 고민만 하고 있는 게 타당한가?
이런 식으로 해서 글을 쓰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는가?
이미 'No'라는 답을 내려둔 질문이었기에,
더욱 씁쓸하고 아픈 고민이었죠.
오늘 세운 이 기준 덕분에,
1번과 2번 고민은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씩 실천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더 큰 그림도 그릴 수 있을 겁니다.
블로그에 만들어 놓은 카테고리 메뉴들을 둘러봅니다.
욕심만 앞서서 참 많이도 만들어놨네요.
이 카테고리들을 꾸준히 채워갈 수 있도록,
블로그에 찾아와 끄적이는 일도 습관으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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