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성이 전혀 없이 난잡한 글이다."
"개연성이 좋아서 몰입이 잘 된다."
창작을 하고자 하는 이의 관점에서 봤을 때,
'개연성'만큼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말도 드뭅니다.
특히 스토리를 담아내야 하는 경우,
개연성은 필수적인 요소가 됩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 소재가 있어도,
아무리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써도,
개연성을 놓치면 그 색은 바래게 마련이니까요.
문학에 있어서 개연성이란, '사건의 전후 관계를 고려했을 때, 그 일이 발생한 게 납득이 가는 것'이라 정의합니다.
쉽게 말해, "그럴 듯하다"라는 것이죠.
개연성은 '적절한 인과 관계'에서 나오는 산물입니다.
'이러해서 이렇다.'라는 작가의 설명이, 읽는 이로 하여금 '아~ 그렇구나.'라고 여길 수 있어야 하죠.
눈이 높은 독자가 봐도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어야 하고요.
쉬운 예로, '주인공이 강한 이유'를 설명한다고 해보죠.
그냥 시작부터 '주인공은 최강'으로 설정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 작품들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경우죠.
그렇다 해도,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시점은 옵니다.
왜 강한지, 어떻게 강해졌는지, 얼마나 강한 건지.
이런 이유들을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동안, 개연성이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요즘 많이 보이는 '회귀물'에서는, 주인공이 강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비슷한 장치를 사용하곤 합니다.
1)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정보력에서 앞서나간다.
2) 일생을 바쳐 쌓은 지식이나 능력을 유지한 채 과거로 돌아간다.
대표적인 장치는 이 두 가지 정도입니다.
좀 더 폭넓게 작품을 읽으시는 분들은 더 생각나는 사례가 있으실지도 모르겠네요.
식상할지라도 개연성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개연성은 '현실성'이 아니라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말이 되냐!"라는 지적은 판타지 요소가 전혀 없는 장르에서 가능한 이야기겠죠.
현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작품 정도?
판타지 요소가 들어간 창작을 구상하는 저로서는, 오히려 현실성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개연성을 위해서는 분명 어느 정도 현실적인 관점을 고려해야 할 때도 있지만...
현실 영역을 벗어난 소재를 다루는 이야기에서 현실성에 너무 얽매이면 창작적 운신의 폭이 좁아지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적어볼까 합니다.)
두서없는 이야기가 좀 길어졌네요.
그래서, 개연성을 제대로 챙기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냐.
제 결론은 이겁니다.
인과는 1:1로 연결돼 있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구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창작자들이 이 사실을 잊습니다.
음... 수많은 자기계발서적이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몇 권씩은 자리를 잡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 할까요.
주인공은 강합니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 하나를 죽도록 쥐어팼습니다.
자, 이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혹은 그럴 것이라 추정할 수 있는 '원인'은 단 하나일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그렇게 답하기는 쉽습니다.
자, 그럼 이 사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사례는 무엇무엇이 있을까요?
이건 답하기가 까다로울 겁니다.
이미 창작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그 캐릭터가 꼴보기 싫어서"라는 건, 다소 빈약하고 흥미가 떨어질지언정 개연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캐릭터가 정말 능력이 있고 점잖고 사회적 인망도 두터운 사람인데, 주인공의 경솔함을 지적해서"라고 하면, 꽤 풍성함에도 불구하고 개연성 측면에서 이상해집니다.
(그 뒤에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처할지, 어떻게 극복할지 등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회복될 수는 있겠지만요.)
자꾸 말이 길어지는 듯하니 이쯤에서 슬슬 정리를 해야겠네요.
아무튼, 핵심은 '다수와 다수의 인과관계'라는 겁니다.
사건 하나의 원인도,
사건 하나로 인한 결과도,
무척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느냐.
개연성 있는 전개를 가능하게 하는 아이디어는 결국 관점의 다각화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에 감칠맛을 넣어주는 복선 또한 개연성을 이해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테고요.
정말... 생각할수록 개연성은 고행의 길인 듯합니다.
그걸 알면서도 기꺼이 가야 하는 길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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