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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Room _ 창작 작업/캐릭터 설정

[캐릭터 탐구] 사표 내고 이계에서 힐링합니다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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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하이엔, 제제까지 세 명의 캐릭터를 탐구해놓고, 등장인물들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실, 캐릭터의 매력 측면에서 보면 다루고 싶은 인물들은 더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한 포스트씩 할애해서 파고들자니 딱히 쓸 만한 이야깃거리가 나오지 않을 듯하다. 어쩌면 <사표 내고 이계에서 힐링합니다>라는 작품 자체가 의도적으로 그런 인물들을 여럿 배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토리 전개상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도 많겠지만, 일단 지금까지 등장한 인물들은 대체로 단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개인의 이야기를 깊이 다룬 인물이 많지 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좀 개인적인 스토리와 내면 묘사가 나왔던 인물로는 이수의 주방장인 '세스'와 제제의 큰 오빠인 '크레주 메디츠' 정도가 있다. 과거 이야기가 나왔던 인물이라면 '레이나''살만'도 한 가닥씩은 거들만 하다. 하지만 '성격 탐구'까지 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다루지 못한 여러 캐릭터들에 대해 한 마디씩 덧붙여보는 셈 치면서, 이 작품의 마무리 포스트를 써볼까 한다.

 

메디츠 백작

에르메니아에서 이수의 성공을 이끌어준 핵심 조력자다. 마냥 선한 사람은 아니고, 똑부러지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인물로, 이수 입장에서는 '멘토'라고 표현해도 좋을 인물이다. 

 

웹툰으로도 어느 정도 중반부에 접어든 시점까지도 이수는 메디츠 백작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사실상 이수는 에르마니아에서 힐링 라이프를 한껏 즐기고 있고, 그에게 닥치는 중요한 일들은 거의 메디츠 백작이 나서서 해결해주는 모양새.

 

고로, 메디츠 백작은 <사표 힐링>이라는 작품이 완전한 "힐링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 맹랑한 남작놈에게 골수까지 내어주시는 빛과 소금 같은 양반 / 출처 : <사표 힐링> 48화 캡처

 

크레주 메디츠

메디츠 백작의 장남이자 제이스로제의 큰 오빠. 첫 등장부터 고주망태가 된 모습을 보여주며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귀족가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여럿 본 탓인지, "이 인간이 뭔가 스토리를 꼬아놓는 역할을 할 것 같다"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타고난 위치와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방황하는 흔한 청년으로 밝혀지면서, 힐링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아마 흔한 귀족가의 암투를 다루는 스토리였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크레주가 메디츠 백작의 곁에서 이수를 경계하라는 식으로 딴지를 거는 인물로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

 

크레주의 첫 등장. 표정이 너무 빌런이었다... / 출처 : <사표 힐링> 40화 캡처
정신 차린 상태는 몹시 말짱 / 출처 : <사표 힐링> 59화 캡처

 

한스

이수가 라우도렌 마을에 왔을 때 만난 소...년이다. 작화로 봤을 때는 얼핏 봐도 최소 20대 후반이었는데, 설정을 찾아보니 무려 17세소년이다. 나도 그 나이때 노안 소리 듣고 살았던지라... 노안인 거 가지고 놀리면 안 되는데... 딱한 기분이 들긴 한다.

 

라우도렌에서부터 한스는 이수에게 이것저것 알려주는 역할을 하며, 초창기 조력자 노릇을 했었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한스는 초보자 마을 NPC에 해당하는 조력자 느낌이고, 메디츠 백작은 인구가 많은 대도시의 NPC 같은 느낌으로 비교할 수 있겠다.

 

한스는 나이를 오해하게 만드는(사실 오해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우직한 덩치 만큼이나 성격도 우직한 편이다. 남작이 된 이수를 따라나서고 그의 사용인이 되며, 누구 못지 않게 든든한 일꾼으로 변함없이 그의 곁을 지키는 인물이다. 단편적이어서 딱히 재미있거나 인상이 깊은 인물은 아니지만, 푸근하고 믿음직한 인물로 꼽기에는 충분하다.

 

외면보다 내면이 아름다운(?) 한스 / 출처 : <사표 힐링> 46화 캡처

 

 

레이나

59화에서 '정보원'으로 첫 등장한 인물. 전반적으로 상당한 미녀로 묘사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작화에 힘준 정도만 봐도 하이엔과 함께 히로인으로 대립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고나 할까. (그리고 불과 몇 컷 만에 예상이 맞아버렸지...)

 

첫 등장한 화에서 몇 컷 더 내려갔을 때, 레이나의 과거가 잠깐 나온다. 그녀는 처음부터 "잘생기고 돈 많은 의뢰인을 대령하란 말이야."라며 포부(?)를 밝혔었다. 수많은 의뢰인을 퇴짜놓다가 이수에게 왔다는 것은 레이나의 기준에 이수가 잘생겼다는 뜻일 테니, 시작부터 이수를 어느 정도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어차피 히로인은 정해져 있는 분위기에서 이런 인물들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뻔하다. 다만, 그건 일반적인 작품의 관점이고... <사표 힐링>은 힐링물을 지향하니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풀리지 않을까 싶다.

 

레이나의 순한 맛과 매운 맛 함께 보기 / 출처 : <사표 힐링> 59화

 

샬만 & 세스

살펴보니 총 4명을 적었길래 이쯤에서 그만할까 하다가, 그래도 한 명쯤 더 채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쓰기로 했다. 그래서 하나 더 추가다. (얘들아, 미안. 넌 깍두기야...) 

 

한 명 더 쓴다고 했는데 왜 두 명이냐...? 라고 한다면, 사실 샬만과 세스 중에 누구를 쓸지 고민했다. 내 기준에는 둘 다 비중이 비슷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냥, "둘 다 쓰지 뭐."라는 결론이 났다. 어차피 딱히 길게 쓸 말이 있는 건 아니니... 간단하게 한 번씩 짚어주는 정도라면 굳이 세밀하게 잴 필요가 없다 싶었으니까.

 

세스는 이수의 귀족 라이프 초창기부터 함께 하는 인물이다. 주방장으로서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인물이랄까. 내면의 고민과 억울한 사연이 있었다는 점은 꽤 신선했지만, 그 외에는 한결같이 이수를 따르는 충성스러운 인물이다.

 

사실 이계에서 온 사람에게 현대 레시피를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연을 만난 거나 다름없긴 하다. 하지만 이 나이쯤 살아보니 알겠더라.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하는 사람은 있고, 심지어 그 기회가 왔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세스는 그런 점에서 늘 '열려 있었기 때문'에 기연을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샬만은 작품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사실 이수 주위에 여러 인물들이 모여들었지만, 딱히 대놓고 '무력 담당'인 캐릭터는 없었다. 배경이 중세 판타지 세계임을 고려하면, 신변 보호를 위해서라도 무력을 맡아줄 인물이 하나쯤은 있어야 자연스러울 것이다. 샬만이 그 포인트를 채워준 셈이다.

 

추후 레이나와의 인연이 공개되며 뭔가 '돌아돌아 인맥 네트워크' 같은 느낌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변심하지 않고 우직하게 이수의 곁을 지켜준 충신형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문득 든 생각인데, 약간 <육룡이 나르샤>의 무휼을 보는 느낌이 든다. (준수한 무력, 거친 인상, 은근한 개그 등등)

 

상반된 이미지지만, 둘 다 이수 블룸의 충신들 / 출처 : <사표 힐링> 82, 85화 캡처

 

여기까지, 은근히 길고 길었던 <사표 힐링> 캐릭터 탐구를 마친다. 메인 캐릭터만 따지면 다른 작품보다 적게 다룬 셈이지만, 포스트 수는 무려 두 배(!)나 많다. 이 글에서 다룬 보조 캐릭터까지 합치면 실제로 더 많이 다룬 셈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다루고 싶은 작품이 많지만,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쓰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쓰면서 상당히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뭐라 적어내려가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도 꽤 있었다. 어쩌면 '빅 파이브 이론'에 집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될지도.

 

또 한편으로는, 꽤 오랫동안 연재 중인 작품이거나, 본지 오래된 작품들은 인물 성격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볼 때는 즐겁게 봤지만, 지나간 모습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 어느 대목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어렴풋이 기억은 나지만 정확히 어떤 맥락이었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문제였다.

 

전반적으로 생각할 것이 적지 않다. 그래도 생각하느라 글을 멈추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 조금씩 개선하며 앞으로 나아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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