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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Room _ 창작 작업/스토리텔링

[생각] 권력자는 어떻게 타락하는가 - (1) 권력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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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된 스토리에서 '권력'은 갈등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권력의 본질은 무엇일까?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무언가를 자신의 의지대로 실행할 수 있는 것
그 와중에 발생하는 반발을 무시하거나 억누를 수 있는 것

 

 

음... 써놓고 보니 너무 부정적인 뉘앙스가 가득한 것 같긴 하다. 권력을 올바르지 않게 쓰는 사례를 더 많이 보고 산 탓도 있겠지만,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좌절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탓도 있을 것이다.

 

현실은 현실이고... 창작에서는 그 권력조차 소재로 쓰인다. 특히 '권력자의 타락'은 메인 주제로든, 서브 주제로든 매우 흔히 사용되는 소재다. 갈등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그리 흔하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전개 자체가 권력자의 타락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타락했던 권력자가 다시 제정신(?)을 되찾는 이야기도 있고.

 

그래서 한 번쯤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현실의 권력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야기 속에서 권력자들을 다루는 것은 가능할 테니까. 몇 편이 될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낼 때까지 써볼까 한다.

 

'강제적 권력'의 형성

권력을 뭐라고 정의하면 좋을까. 머리로 이해하라면 할 수 있지만, 막상 설명하자니 적당한 말을 찾기가 어려웠다.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무언가를 강제할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하기로 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라고 하면 더 직설적이려나.

 

저런 힘은 왜 생겨나는 걸까? 누가 특정한 개인에게 다른 개인의 자유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준 걸까? 지금 시대에야 '법치주의'라는 시스템이 있고, '민주주의'라는 사회적 형식이 있지만, 알다시피 그것들은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랜 역사를 거쳐 사람들이 쟁취해낸 것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초창기의 권력은 '힘'에 의해 생겨나지 않았을까 싶다. 농경조차 시작되지 않았던 원시 시대였다면, 더 힘이 세고 더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으며, 오랫동안 지치지 않는 것과 같은 육체적 능력이 권력의 원천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시대를 직접 살았던 게 아니므로, 더 뛰어난 힘을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권력을 휘둘렀으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확인할 수 없는 현실은 그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상할 수밖에 없는 거니까.

 

더 강한 힘이 있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권력으로 이어졌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 출처 : <쿠베라> 3부 173화 캡처

 

판타지 세계라면, 기이한 능력으로 차별성을 둘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등장하는 불이나 얼음 등 원소를 다루는 능력도 그렇고, 시간을 되감거나 공간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 등장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능력들이 서로 충돌하다보면 자연스레 '우열'이 생긴다. 특정한 능력이 더 뛰어나고 부족하다기보다, 그 능력을 얼마나 능숙하고 다양하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열이 나뉜다고 보는 쪽이 타당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힘의 논리'라는 쪽은 같다.

 

강한 힘은 약한 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는 말이 딱 그러한 섭리를 표방한다. 위해를 가할 수 있고, 고통을 줄 수 있으며,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약한 자들은 자연스레 강한 자를 따른다.

 

이러한 '강제적 권력'은 꼭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형성되지 않는다. 농경이 시작되고, 재산 축적이 발생하며, 사유재산 개념이 생기게 되면서부터는 '경제적 힘' 역시 권력의 본질이 됐다. 이 내용까지 다루면 너무 복잡해질 테니 이만 줄여야겠다. 어차피 대부분 아는 이야기일 테니까.

 

'자발적 권력'의 형성

강제적 권력의 대척점에는 '자발적 권력'도 있다. 글자 그대로, 당사자들이 스스로 누군가에게 권력을 쥐어주는 것이다.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흔히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다.

 

앞서 이야기한 물리적 힘, 경제적 힘만 해도 반드시 강제적 권력으로만 귀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지만 의로운 사람도 있고,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만 좋은 일에 쓰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 외에 뭔가 타인에 비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자신의 능력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고 바르게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따르는 이들이 생기면, 이는 자발적 권력이라 할 수 있다. 일부러 억압하지 않아도 개인의 자유의지로 누군가에게 권력을 쥐어주는 것이다.

 

뭔가 비슷한 이미지가 계속 나오는 느낌이지만... 일단 그냥 쓴다 / 출처 : Bing Image Creator

 

현대에서도 자발적 권력이 형성되는 사례는 흔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오피니언 리더'를 들 수 있다. 최근 브런치 스토리에 썼던 글에서 다룬 주제이기도 하다.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 즉 '정보'를 기반으로 권력이 형성되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오피니언 리더가 갖는 영향력을 권력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이니 공감하지 않는다 해도 괜찮다. 누군가에게서 정보를 얻는다는 것, 그 정보를 신뢰한다는 것은 '판단과 결정의 근거'를 그 사람에게 의존한다는 의미다. 그런고로 이 또한 권력 관계라고 볼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바람직한 경우라면, 어떤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리고자 할 때는 어느 한쪽에서만 정보를 수집하면 안 된다. 여러 방면에 걸쳐 폭넓게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각하고 답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문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본래 합리적이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어느 순간 어떤 이유로든 누군가의 이야기를 신뢰하게 되면, 모든 결정에 그 사람의 의견을 따라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오피니언 리더'가 부정적으로 작동한 경우라 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이 결정할 권리를 그 사람에게 넘겨준 것과 같다. 자발적으로 권력을 넘겨준 것과 같다는 것이다.

 

물리적 힘부터 오피니언 리더의 사례까지 확대해보면, 인간과 인간 사이에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는 답이 나온다. 그렇다면 다음 글에서는 권력을 쥐는 과정, 권력이 확대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적절할 듯하다.

 

AI에 의한 지배 형태는 '권력의 본질'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 출처 : '지식인사이드' 유튜브 채널 - 지식인초대석 EP.37 김덕진 교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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