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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Room _ 창작 작업/스토리텔링

[생각] '마법'이라는 소재를 다루기 위하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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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하면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 같은 것이 있지만, 본래 '판타지(Fantasy)'라는 단어는 엄청나게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툭 까놓고 말하면, '현실적이지 않은 모든 이야기'는 판타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망상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판타지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야기로서 재미있기만 하다면.

 

판타지에는 마법(Magic)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왜일까? '현실적이지 않은 일'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는 마법이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철저하게 마법을 중심에 둔 이야기를 써보려 시도한 적도 있었다. 결국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지난 주말 방 청소를 하다가, 실패로 끝났던 그 당시의 설정을 끄적여놓았던 노트를 발견했다. 그런 김에 적어본다. 마법을 이야기의 주요 소재로 삼기 위해 생각해봐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기 위해 마법을 어떻게 '비틀어볼 수' 있을까? 이 주제로 두 편 정도의 포스트를 올려볼까 한다.

 

'속성'은 따라야 하는 규칙이 아니다

보통 판타지에서는 '원소 속성'을 공식처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불, 물, 바람, 땅이 일반적이다. 자연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요소이며, '4원소설'과 같이 철학적(?)으로 제법 뿌리가 깊은 요소들이기도 하다. 어찌나 자주 다뤄졌는지, 위 네 가지 속성은 저마다의 '상징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속성 상징, 의미

Fire
파괴, 열정

Water
치유, 평온

Earth
안정, 성장
바람
Wind
자유, 변화

 

상징과 의미는 그냥 급하게 생각나는 이미지들을 때려넣은 거라, 얼마든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생명체, 그리고 환경 그 자체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법'이란 본질적으로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의문은 남는다. "자연 상태의 원소가 이 네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라는 것. 빛(Light)이라든가, 어둠(Darkness)이라든가, 번개(전기) 등등 사실 이 부분은 작가 본인의 '설정'에 달린 문제라, 굳이 프레임을 그어놓을 필요는 없다.

 

핵심적인 문제는 이거다. 아무도 '속성은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규칙을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어느새 마법 하면 위와 같은 속성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속성과 무관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 <해리포터> 시리즈만 봐도 그렇지 않던가. 나는 그 작품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주문들이 등장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마법사들이 특정 속성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그런 고로, 이 문제는 하나의 뒤따르는 의문을 남긴다. 속성 체계를 따라갔을 때의 장점과 단점. 이 주제만 가지고도 포스트 하나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법의 근원'에 관하여

바로 어제 썼던 포스트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썼었지만, 여기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 지난 포스트에서는 '마나(Mana)'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지금까지 생각해봤던 것들을 약간 풀어놓는 식으로 글을 썼었다.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또한 '프레임'에 갇힌 결과일 수도 있다. "마법을 사용하는 데 꼭 마나가 있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엄밀히 말해 "No"가 맞다. 이에 대한 답변도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단순하다. '마나'라는 개념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포스트에서 다뤘던 것과 비슷한 접근법이다. 마법은 근본적으로 자연에 존재하는 어떤 에너지를 가져다가 변화시키는 행위다. 즉, 마나라는 용어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근본은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사실, 대안은 많다. '기력'을 사용하든, '정신력'을 사용하든 말이다. 아예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이름과 포장만 바꿨을 뿐 근본은 같은 거니까.

 

게다가 '이 작품은 마법의 근본으로 좀 독특한 개념을 사용한다'라는 측면에서 기억에 남을 수는 있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낯선 느낌'이 들어서 더 쉽게 외면받을 수도 있으니까.

 

다른 하나의 답변은 '꼭 마나가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 전체를 다르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자연의 에너지를 끌어다 쓰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마법을 사용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판타지계의 고전으로 취급되는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에서는 '메모라이즈(Memorize)'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마법사는 저마다 한정된 '슬롯' 안에 마법을 '기억'해두어야 하고, 딱 그 범위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게임으로 구현할 경우는 레벨 등에 따라 기억할 수 있는 숫자가 달라지겠지만, '마나를 기반으로 하는 마법 발동 방식'과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 고전 게임 중 재미있게 했던 <그레이스톤 사가>에서는 마법사들이 마법을 연구한 다음, 개발된 범위 내에서 '주문서를 구매'하고 딱 그 수량만큼만 마법을 쓸 수 있었다. 당시 무수하게 쏟아졌던 게임들 중에 이와 비슷한 방식을 채택한 게임이 적지 않을 것이다.

 

즉, '마나를 기반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체계' 자체가 언제부턴가 불필요가 고착화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마법의 약점과 한계점

일반적으로 마법은 매우 '강력'하다. 예를 들면, '광역 마법'의 경우 수백, 수천, 수만 명의 군대를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위력적으로 묘사되는 모습도 흔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마법사는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라는 식의 설정을 집어넣는 경우도 있다.

 

마법이 워낙 강력하게 묘사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검사들도 오러(Aura)를 다룬다는 설정이 나온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실제로 정말 그랬는지는 찾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마나는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자원이라 할 수 있다. 몸을 써서 움직여야 하는 검사 등 다른 직업들의 경우, 본인의 체력부터 시작해 물리적인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비하면 마법사는 자연 그 자체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사용하므로 '자원' 측면에서는 한층 여유로운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마법의 한계는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다.

 

보통 마법의 약점과 한계점은 '마법사 본인'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마법이 지적으로 엄청난 자원을 요구하다보니, 마법사들은 대체로 몸이 약하다거나 체력이 부실하게 묘사되는 경향이 있다. 혹은 주문을 외우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든가, 마법의 실패율이 존재한다든가, 정신력이 흔들리면 마법을 아예 시전할 수 없다든가 하는 식의 한계를 부여한다.

 

이는 어쩌면 '마법은 마나를 근본으로 하는 것'이라는 프레임이 존재하기 때문에 따라오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앞서 이야기한 <던전 앤 드래곤>의 사례를 본다면, 마법사가 굳이 다른 페널티를 갖고 있지 않아도 상관 없지 않을까. 사전에 메모라이즈 해둔 마법이 없거나, 그것을 다 쓴 경우라면 무력해지는 셈이니까.

 

<그레이스톤 사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구매해둔 주문서가 다 떨어지고 나면 마법사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마법을 쓸 때는 뛰어난 파괴력을 자랑하지만,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전투에서는 허약하기 그지 없다.

 

꼭 이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마법'을 메인 소재로 한 이야기를 구상한다면 반드시 '마법의 한계'를 설정해둘 필요가 있다.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마법을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이미지 출처 : 뤼튼(wrtn)에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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