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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Room _ 창작 작업/스토리텔링

[생각] '마법'이라는 소재를 다루기 위하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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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시리즈는 마법학교와 마법사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반지의 제왕> 역시 마법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다루는 서사시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독창적인 마법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을 받기에 꼭 읽어보고 싶어 벼르고 있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확 그냥, 전집을 통째로 사서 읽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국내 작품 중에는 <드래곤 라자> 정도를 꼽을 수 있으려나? 아,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죽은 마법사의 도시>를 빼놓을 수 없다고 본다. 또 상당히 많겠지만, 막상 떠올리려고 하니 생각이 잘 안 난다. 볼 땐 재밌게 보면서 막상 소감을 말할 때는 좀 까다로운 스타일이기도 하고...

 

아무튼, 이들 이야기가 인기를 얻었다는 것은 분명 '마법'이라는 소재를 이야기의 중심부에 둘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들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동시에, 흔히 알고 있는 마법의 개념과 관련 시스템을 벗어난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는 의견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쓰고 싶었던 과거의 어느 시점, 나는 어떤 의문들을 가지고 있었을까? 방구석 노트 한 권에서 발견한 의문들, 그에 관한 두 번째 포스트다.

 

마법의 규칙과 한계

판타지 창작에 관해 비교적 최근 읽었던 책 한 권이 있었다. 그 책에서 나온 바에 따르면, 판타지 작품의 마법 체계는 크게 '하드(Hard) 체계''소프트(Soft) 체계'로 나눌 수 있다.

 

하드 마법 체계는 마법을 사용하는 데 있어 규칙과 제한이 명확하고 일관된 시스템을 갖춘 경우를 말한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게임에서 활용되는 마법들은 모두 이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A 마법은 어느 정도의 자원(마나 등)을 필요로 하고, 어느 정도 범위에 어떤 형태의 공격을 가한다"라는 식으로 설정돼 있는 시스템이다.

 

소프트 마법 체계는 이와 반대다. 규칙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유연성이 있다는 쪽에 가깝다. 같은 주문을 외워도 상황에 따라 다른 형태로 효과가 나타나는 작품을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미 소프트 마법 체계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딱 이렇게 두 가지로 양분화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하드 마법 체계를 따르면서, 일부 주문만 소프트 형태로 발동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대체로 소프트 마법 체계를 따르면서, 특정 상황에서는 명확한 규칙을 지켜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드 체계 몇 %, 소프트 체계 몇 %"를 섞었느냐에 따라 마법의 체계는 천차만별이 될 것이다.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 그것도 중요하게 다루고자 하는 세계라면, 당연히 '규칙과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가장 명확하게는,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 외의 존재들에게 마법이 무분별한 폭력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혹은, 모두 마법사만 존재하는 세계라 해도, 어느 정도의 울타리는 있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의미로, 아무런 규칙과 한계가 없는 세계라면 "이야기의 긴장감"은 전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이든 그 대적자든 혹은 그 외의 제 3의 인물이든, 그냥 '강한 마법을 쓸 수 있는 놈이 최고'인 뻔한 세상이 돼 버릴 테니 말이다.

 

규칙과 한계를 정하는 것 또한 창작자의 역량이 될 것이다. 명확하게 규칙을 설정해서 다소 답답해도 그 범위 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갈 것인가. 아니면 다소 느슨한 규칙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다. 둘 모두 장단점은 뚜렷하다. (설정 작업을 할 때까지는 모른다. 해당 설정을 바탕으로 직접 이야기를 쓸 때 절실히 실감하게 된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어떤 대가를 필요로 하는가? 강력한 주문을 시전하려면 어떤 특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가?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 수 있는가? 이 변수투성이 문장에 무엇을 채워넣느냐에 따라, 마법의 생명력도, 세계의 생명력도 함께 달라진다.

 

마법의 사회적 영향

판타지에서 '마법사'라는 건 왠지 그냥 '직업'의 하나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인물의 직업이 '약초 채집꾼'이고, 또 어떤 사람의 직업은 '대장장이'인 것처럼, 그냥 마법사도 직업의 일종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법사는 어찌 됐거나 물질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다. 보통 마법을 사용해 싸우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지만, 생각해보면 싸움 외에도 마법이 쓰일 수 있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목적으로 쓴다면, 그야말로 '삶의 치트키'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즉, 마법이 창작된 세계의 사회, 그리고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중요하다. 마법사의 이미지 중 떠오르는 것이라고 하면... 돈을 많이 버는 존재이면서, 온갖 실험이나 연구를 위해 돈을 엄청나게 쓰는 존재이기도 하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그야말로 돈의 흐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존재라고나 할까.

 

뭔가 쓸데없이 해맑게(?) 나온 듯한데... 아무튼 돈을 때려박는 느낌이다 / 이미지 출처 : 뤼튼(wrtn)에서 생성

 

 

쓸데없이 '맑눈광'에 가깝게 나온 위 이미지가 아니더라도, 마법사는 숨쉬듯이 돈을 벌어들이고 또 쓰는 존재다. 당장 회복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가 있다면 척 봐도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의사의 수입을 가로채는...)

 

또 한편으로는, '마법사'라는 존재들이 하나의 사회적 계층을 형성할 수도 있다.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과 사용하지 못하는(혹은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어떤 식으로든 갈등이 생길 여지는 충분하다. 혹은 마법 자체가 '허가'가 필요한 행위로 설정하는 방법도 있겠다. 이는 경제를 넘어 '정치'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법의 변형, 그리고 혁신

성격이 좀 이상한 탓인지, 자꾸 기존의 익숙한 것들을 '비틀고 싶은' 욕심이 앞선다. 또 그러면서도 아예 낯선 것은 잘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보니, 어느 정도는 대세를 따르려는 비겁함(?)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습작 시도 끝에도 이렇다 할 완성작을 만들지 못한 건 아마 그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기존의 마법 개념을 비틀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너무 많아서 뭘 쓰면 좋을지 좀 골라달라고 AI한테 요청했더니, 마법을 '감정이나 기억과 연결'하는 방법을 추천해줬다. 즉, 인물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야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설정이다. 정신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과 비슷한 설정 같긴 하지만... AI가 기존에 전혀 없던 것을 내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 부분에서는 차라리 인간 쪽이 더 가능성이 있을 테니까.

 

다만, 실마리를 얻기에는 충분해보인다. '마법 = 마나'로 이어지는 이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부터 끊을 수 있다면 괜찮은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 아니면 마법에 철저한 제약을 부여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가진 기존의 이미지를 아예 무너뜨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음... 이건 너무 과격한가? 아무튼.

 

보통 마법은 '비과학적 현상'으로 취급되며, 극도의 과학적 현상이라 할 수 있는 '기술(Tech)'과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도 있다. 이 부분을 비틀어서 마법 자체를 과학적 현상으로 접근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지금으로서 제일 흥미를 갖고 있는 관점이다)

 

판타지를 쓰고자 한다면 어떻게든 마법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마법'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뭔가 초월적인 능력을 묘사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마법 혹은 그와 비슷한 개념들을 다뤄야만 하니까. 다만, 전통적인 마법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미 시작부터 흥미를 유발하는 세계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포스트를 끝으로, 마법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려 한다. 지금 당장은 특별히 더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법 외에도 판타지에는 다룰 수 있는 요소들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임시저장 탭에 쌓인 다른 아이디어들을 끄집어 내어 쓰는 시간을 가져볼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 프리픽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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