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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Room _ 창작 작업/스토리텔링

[생각] 권력자는 어떻게 타락하는가 - (3) 권력의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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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을 쓸 때, 처음에는 '권력의 획득'이라는 제목으로 정했었다. 그런데 글을 써놓고 하루쯤 지나 생각을 해보니, '획득'보다는 '부여'라는 제목이 더 적절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을 잡는 사람이 아닌 권력을 주는 이들(대중)의 관점에서 쓰인 것이니까.

 

거기까지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다음 주제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의 타락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쓰기 전에, '권력의 획득'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글을 하나 더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즉, 이번에는 권력을 잡는 사람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 나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오늘 할 이야기는 철저하게 상상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나름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럴 듯한 상상을 하려고 노력은 해볼 것이다. 이 노력을 통해 나 또한 권력을 쥐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무엇을 증명했는가

인간은 때때로 불합리한 선택을 한다. 바꿔 말하면 때때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합리적'이라는 건, 이치에 맞는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 논리가 있고, 설득력을 가진다는 의미다. 고로,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라는 말과 부합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인간으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권력을 잡는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수의 합의를 기반으로 어떤 역할을 맡게 됐다면, 그 배경에는 그에 합당한 무언가를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적인 개념으로 예를 들자면... 엄청난 무게를 번쩍 들어올리는 힘을 보여줬다거나, 똑같은 거리를 가장 빨리 주파하는 속도를 보여준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지적인 능력을 예로 들자면, 어마무시한 암기력을 보여줬다거나, 누가 들어도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논리를 보여준 것도 이에 해당한다.

 

좀 더 현대적인 예도 들 수 있다. 특정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 국가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경우,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경우 등이다. 아니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작품을 선보였다거나. 즉, 어떤 식으로든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판타지 창작의 관점에서도 맥락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줬거나, 인상적인 통솔력, 뛰어난 책략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좀 더 넓게 본다면 다수가 인정할만한 고행을 겪고 이겨낸 것 역시 '인정이나 증명'의 범위에 들어갈 수도 있다. 

 

무력이든 통솔력이든 혹은 고된 경험이든, 많은 이들이 인정할 수 있는 무언가를 증명해야만 권력에 도전할 '자격'이 주어진다는 생각 / 출처 : Bing Image Creator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

권력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은 매순간이 싸움이라고 봐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소한의 증명'은 필수다. 하지만 그 증명이 있다고 해도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을 수는 없다. 권력의 자리는 단 한 가지의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한 사람이 그 모든 증명을 완벽하게 갖추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예제는 현대사회에서 찾는 것이 빠를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사람은 자신이 왜 국회의원에 당선돼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한다. 그가 내세우는 '증명'이 적합한지 아닌지는 유권자들이 판단한다. 누군가에는 합리적으로 들리는 증명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개인의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니까.

 

이런 식으로 최종 선출된 권력자는 '다수의 선택'일 뿐 '모두의 선택'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끊임없는 증명'이 필요하다. 자신을 선택해준 다수에게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하기 위한 증명,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소수에게는 다음 기회가 오면 다시 생각해달라는 증명이 되겠다.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 현실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일단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한편, 판타지 장르에서의 예제를 살펴보자. 판타지에서 흔히 다루는 시대적 배경에는 대개 왕족, 귀족 등 '신분제'에 기반한 권력 구조가 등장한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그로 인한 갈등이 등장한다. 개인과 개인 간의 문제든, 사회 구조적 문제든.

 

신분제 기반의 권력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신분이라는 것이 대부분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무엇도 증명한 적 없는 이들이 단지 귀한 신분을 타고났다는 것만으로 권력을 휘두르기 때문에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또, 그만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기가 쉽다. 별도의 개연성을 설정하지 않아도 갈등 구조를 그리기 쉬우니까.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권력은 한 사람에 대한 다수의 지지인가? 글쎄... 집단의 규모가 한 100명 정도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권력은 '피라미드 구조'로 이루어진다. 

 

작은 집단에서 권력자(대표)를 정하고, 그 권력자들끼리 모인 집단에서 다시 대표를 정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본다. 최종적인 권력이 단 한 사람에게 주어진다면,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하나하나가 어느 집단에서의 권력자라는 이야기다.

 

개인 → 집단 → 권력 → 집단 간 합의 → 권력 집중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출처 : Napkin AI

 

 

설명이 좀 난해하니, 이 역시 현대적인 관점으로 풀어봐야겠다. 대통령은 어느 한 정당을 지지 세력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무소속도 있긴 하지만 당선 가능성이 낮으니 일단은 배제한다) 그 정당에는 일반 개인도 포함돼 있지만, 각 지역구에서 선출된 대표자(국회의원)들이 포함돼 있다.

 

각 대표자들은 자신을 지지해준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다. 즉, 대통령이 된 사람의 지지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대신해 '누군가에게 권력을 주는 것'이다. ...... 풀어쓴다고 썼는데도 어렵다. 나중에 내가 다시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말하고 싶은 핵심은 이거다. 하나의 집단에서 더 많은 지지를 얻은 대표자 → 그들이 모인 이른바 '대표자들의 집단'에서 더 많은 지지를 얻은 대표자 → 최종 권력자(대표자들의 대표자)라는 것.

 

즉, 권력을 획득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세력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대표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큰 권력을 원할수록 그만큼 많은 세력을 포섭해야 하고, 피라미드의 단계를 거쳐 꼭대기로 올라가야 한다.

 

그럴수록... 모두의 의견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워진다. 딱히 권력자들의 편을 들고 싶은 것은 아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니고, 본인의 선택으로 그 짐을 짊어지기로 한 것이니까. 다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을 뿐이다.

 

두서없이 장황하기는 하지만, 이만하면 '권력자가 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어느 정도 다 한 것 같다. 다음에는 드디어 '권력자의 타락'에 대해 말할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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