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일주일 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옛날 감성 즐기러 게임에 접속했다가 온갖 잡생각에 시달렸던 날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때 기분으로는 <바람 클래식>을 계속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바람의 나라 클래식'을 다 쓰기엔 너무 길고, 사람들이 흔히 부르는 '바클'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앞으로 내 블로그에서는 '바람 클래식'이라고 쓸 예정이다.)
일주일 정도 쉬었다. 일이 바빠서 그런 것도 있었고, 이래저래 퇴근 후 이슈가 몇 가지 있어서 자연스럽게 며칠 정도 접속을 하지 않으니 멘탈이 다시 회복됐다. 그래서 어제 저녁부터 다시 레벨업을 시작했다.
안녕, 여우굴~ 왕 퀘스트 노가다 시작
지겨운 여우굴을 몇 번 돌며 레벨 61을 만들었다. 왕 퀘스트가 효율이 좋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자기 레벨에 맞는 던전을 솔플로 하기 힘든 '전붕이' 입장에서는 꺼려졌던 게 사실이다. 퀘 받으러 귀찮게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 그냥 만만한 던전에 죽치고 앉아서 사냥하는 게 더 편해보이기도 했고.
사촌동생의 주술사 캐릭터로 도움을 받아 왕 퀘스트를 몇 번 하게 됐다. 전갈굴에서 몇 번 퀘를 해보니 치고 빠지기만 잘하면 나름대로 괜찮겠다 싶었다. 주술사의 저주 중독 마비 3종 세트 없이 때려잡아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과하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도움 없이도 혼자 왕 퀘스트를 시작했다. 지형에 좀 익숙해지니, 몹이 많을 때 어떤 경로로 이동해서 치고 빠질 수 있는지도 감이 잡혔다. 전갈과 전갈장 위주로 퀘스트를 하면서 비교적 쉽게 레벨을 올렸다. 왔다갔다 하는 게 귀찮긴 했지만, 막상 해보니 여우굴 무한 뺑뺑이보다 훨씬 나았다. 레벨업 효율은 당연한 이야기고, 지루함 면에서도 생각보다 괜찮더라.
게다가 여우굴 10층까지 가면 구미호와 불구미호가 왜 이렇게 자주 보이던지... 필요할 때는 보이지도 않던 놈들이 자꾸 나타나니 잡을 수밖에 없고, 사각방패와 철도는 또 왜 그리 드랍이 잘 되는지 모르겠다. 주워가자니 쓸모가 없고, 버리고 가자니 왠지 아까운... 딱 싸이의 '새' 가사가 생각나는 상황.
그래서 쿨하게 떠났다. 전갈굴에서도 불여우와 구미호, 불구미호가 뛰어다닌다는 건 예상 밖의 상황이긴 했지만... 어차피 여긴 다 때려잡으려고 오는 건 아니니 상관 없었다.
왕의 저주... 전붕이는 '유감'
60레벨대 캐릭터에게 주어지는 왕 퀘스트는 자호굴 3총사와 전갈굴 몬스터 5종이다. 퀘스트 몹이 주는 경험치의 10배를 보상으로 주는 왕 퀘스트 특성상, 자호굴은 효율이 좋지 않다. 경험치가 자호 2만5천, 친자호 3만5천, 구자호 3만8천인데, 전갈과 전갈장은 8만5천, 9만5천이니 두 배가 넘는 차이다. 서현가재가 뜨면 10만이니, 퀘스트 완료하면 경험치 100만을 한꺼번에 먹는다.
사냥터까지 가는 거리도 전갈굴이 더 가깝다 보니 뭘 하든 전갈굴 퀘스트를 받는 게 이득이다. 문제는 이놈의 퀘스트를 받는 사람이 선택할 수 없다는 것. 랜덤으로 퀘스트를 주고, 효율이 좋지 않아 취소하면 '왕의 저주' 디버프를 건다.
무슨 미친 저주가 방어력을 50이나 깎는 데다가, 꼴에 6분 정도 지속된다. 이것도 전사를 전붕이로 끌어내리는 주범이다. 원거리 클래스인 주술사, 그룹 사냥을 주로 하는 도사는 애당초 페널티가 될 수 없다. 가까이서 맞을 일이 거의 없으니까.
도적은 근거리 클래스이긴 하지만, 투명+비영승보가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사보다 영향을 덜 받는다. 결국 전사만 저격하는 페널티인 셈이다. (소환+출두 없는 것도 억울한데 이것도 직업 차별이다!) 그러다 보니 내 입장에서는 어떤 퀘를 주든 가급적 수행하려고 하는 편이다.
자호굴은 난이도가 어렵지 않으니 그냥 소풍처럼 다녀오면 되고, 서현가재는 좀 빡센 편이지만 3층까지만 올라가면 되고 경험치도 쏠쏠하므로 쿨하게 수행한다. 물론 처맞으면 상당히 아프기 때문에 1:1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몇 번 다니다보니 딱 좋은 포인트를 두어 군데 발견해서 잘 써먹는 중이다.
문제는 가재야, 바보야
제일 귀찮은 포인트는 가재와 가재장 퀘스트다. 레벨이 낮다 보니 자호 못지 않게 자주 나오는 퀘스트다. 문제는 이 자식들이 전갈/전갈장보다 약한 주제에 7층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3층까지는 어찌어찌 가겠는데... 7층은 솔직히 좀 귀찮다. 그 시간이면 자호굴 퀘스트 두 번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저주 받는 게 지겨워서 미친 척하고 몇 번 가봤는데, 길막이라도 당해서 둘러싸이면 잽싸게 튀어야 한다. 측면공격 후면공격 있어도 지금은 둘러싸이면 골로 가는 건 한순간이다. (맞아보니 대충 한 방에 체력 100~200 정도 빠진다. 둘러싸여서 4마리한테 맞으면 성황당 KTX다.)
게다가 사람들이 거기까지는 잘 안 올라가는 건지, 아니면 그냥 기분 탓인 건지 개체 수가 미친듯이 많을 때가 종종 있다. 경험치라도 많이 주면 그냥 '퉤-' 하면서 올라가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래서 귀찮을 때는 그냥 저주 받고 퀘스트를 갱신한다.
물론 다시 퀘스트를 받아도 마음에 드는 걸 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저주가 걸린 상태에서는 퀘스트를 갱신해도 저주를 다시 걸지는 않더라. (거 참,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쪼잔한 왕놈아) 옛날에는 퀘스트 포기할 때마다 저주 지속시간이 초기화되는 엿 같은 상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건 확실하지 않으니 그냥 주절거리기만 해본다.
그냥 맞아도 아픈데 저주 걸리고 맞으면 답이 없으니, 겸사겸사 이때는 쉰다. 왕이 주는 휴식시간이랄까. (이것도 성은이 망극한 포인트로구나, 빌어먹을 왕놈아) 그렇게 성은 망극한 시간들을 모아 오늘치 일기를 쓴다.
오늘 레벨업을 꽤 한 관계로 내일은 게임을 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또 일기 쓸 거리를 모아놓긴 했으니 저주 받는 시간을 이용해서 틈틈이 일기는 써야겠다. 나중에 다시 보면 재밌을 듯?
** 마무리 잡설 하나 **
생각해보니 전붕이한테는 '신의 축복'이라는 스킬이 있다. 무려 신이 내려주는 축복인데, 감히 왕 따위가 내리는 저주가 먹히다니. 아무래도 넥슨이 스킬 이름 잘못 지은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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