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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바람의나라 클래식

[리지쿠의 바클 일기] 아직은 따뜻한 세상, 쫄보는 매너 게임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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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레벨업 속도가 점점 더뎌진다. 몹 한 마리가 주는 경험치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필요 경험치는 그보다 더 급격하게 많아졌다. 게임을 만들어본 적은 없지만, 고레벨로 갈수록 육성이 힘들어지는 건 당연한 설계니까... 뭐 그러려니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딱히 일기 쓸 거리도 줄어든다. 매일 같은 패턴으로 퀘스트 - 저주잡고와서 - 경험치 - 저주반복이라 재미있는 일이 없다. 앞으로는 그냥 이런저런 잡설들을 쓰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예를 들면 아주 오래전 그 시절에 관한 기억이라든가...

 

오늘은 일단 오픈 이후 바람 클래식을 하면서 느꼈던 '인간적인' 부분에 대해 한 마디를 적어볼까 한다. 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음... 대략 표현하자면 사람들의 온정, 매너 게임, 그리고 소소한 웃음거리 정도 되겠다.

 

아직은 따뜻한 세상인가보다

전붕이로 살면서 서러운 순간은 일일이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왕 퀘스트를 하고 있는 입장이다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소환/출두 마법이 없다는 것. 퀘스트 몹 잡고 나서 다른 직업들은 뿅- 하고 왕궁 앞으로 출두하니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 사람이 한창 많을 때는 던전 앞에도 출두 캐릭터를 세워놓고 왔다갔다 하던데, 전사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서러운 이야기를 시작하면 한도끝도 없는 징징이가 될 테니 이 정도에서 컷하고, 그 와중에도 훈훈한 이야기를 하나 적어볼까 한다.

 

전갈굴이나 유령굴에서 홀로 몹을 쥐어패면서 타격감을 만끽하고 있다보면(타격감이라도 즐겨야할 만큼 오래 걸린다는 뜻이다) 주술사나 도사들이 지나갈 때가 종종 있다. 지금껏 레벨업을 하며 만난 주술사/도사들 중 열에 여덟 정도는 몹 디버프(저주, 중독, 마비 / 혼마)와 무장/보호, 체력 회복을 해주고 지나간다.

 

혼자 불쌍하게 처맞아가며 무기 휘두르고 있는 전붕이가 불쌍해보여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아마 80~90% 정도는 맞지 않을까... 내가 생각해도 불쌍한데.) 측은지심이든 어쨌든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다. 특히 무장/보호는 엄청난 도움이 된다. 4방향으로 둘러싸여 처맞아도 안 아프다. 지속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지만... 넥슨은  들어주지 않겠지, 아마.

 

그래도 역시, 세상은 아직 따뜻한가보다. 발길 드문 뒷골목 같은 블로그지만, 이 소소한 공간에나마 그 분들의 닉네임을 적어볼까 한다. 

 

1. 이 또한 개인정보이니 본인들만 알아볼 정도로 적당히 가렸다.

2. 도와주신 분들 닉네임을 적어야겠다 - 라는 생각을 어제 저녁에서야 한지라... 그 전에 도와주신 분들은 부득이 적지 못했다.

 

그O법O(주술사), 비O일O(도사), 이O은사O(주술사?), 비O은강OO(주술사), 미O니아O리(주술사?), 몸O녀(주술사), 자O임(주술사), 신O디O인(도적 _ 퀘스트 몹 딸피 만들어주고 가심)

 

다시 한 번 쓸쓸하게 처맞고 있는 전붕이를 도와주고 가신 따뜻한 손길에 작은 감사를 표한다.

 

쫄보는 매너 게임을 지향합니다

스스로 성찰해보건대, 나는 온라인 게임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다. 이런 성향이 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거의 10여 년 전에 이 주제로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쓴 적도 있으니까. (링크 : '초식' 게이머이고 싶습니다)

 

글쎄...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 또한 질풍노가다의 시기는 겪었고, 오리지널 바람을 할 때까지만 해도 세상 무서운 게 별로 없던 중딩이었으니까. 그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과거의 어느 날에 뭔가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로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할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무서울 때가 많다. 확실한 건 대인공포증은 아니다. 오프라인에서는 그래도 멀쩡한 편이니까. 우울증과 번아웃을 진단받은 적은 있지만 대인공포증을 진단받았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천성이 쫄보여서 그런가보다 하며 산다.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경쟁하고 싶지도 않고, 말다툼을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는데 싸우는 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최소한 우리나라에는 '경쟁하는 것',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부지기수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그런 걸 싫어한다. 그래서 보통 온라인 게임을 해도 솔플이 가능한 직업을 고른다.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시간을 때려박은 게임이라 할 수 있는 WoW에서도 보호 성기사, 야성 드루이드, 사냥꾼 같은 직업을 주로 했었으니까. 나에게 있어 온라인상의 '타인'은 거래 대상이거나 그냥 즐거운 주제로 잡담을 나누기 위한 사람들이기를 바란다.

 

쓸데없이 글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이런 성향이다보니 가급적 게임 내에서도 매너 있게 하려고 한다. 바람은 오리지널 시절부터 Say Macro 기능이 있어서, Alt + 숫자 키로 자주 쓰는 말을 지정해놓을 수 있어서 좋다.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간단하게 인사를 표현할 수 있으니까.

 

물론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라는 말은 종종 통하지 않기도 한다. 내가 좋은 의도로 하는 말과 행동이 잘못 전달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확실히 더 많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내 생각이 변하지 않는 한 지금처럼 하면서 좋게좋게 지내려고 한다.

 

1번부터 3번까지는 내 스타일대로 바꿔서 쓰고 있다. 4번 이후로는 아직 딱히 쓸 일이 없어서 디폴트 그대로.

 

소소한 웃음거리들

서버가 열리고 이제 한 달이 돼 간다. 하드코어로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진작 1차 승급까지 한 사람들도 있고, 99레벨을 찍은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은 분위기다. 이렇게 되고 나니 드디어 채팅창에 사자후가 엄청나게 들려온다.

 

모든 온라인 게임에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서버(채널) 전체 채팅'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온갖 재밌는 일들이 일어난다. 사람 많은 곳에는 늘 있는 일이지만, 구경하다보면 은근 재미있을 때도 많다.

 

바람 클래식의 사자후 스킬은 특별히 아이템 같은 것 없이 마력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공력증강으로 마력을 널널하게 쓸 수 있는 주술사, 도사들이 채팅창에서 대환장 파티를 벌일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지금 바람 클래식은 99레벨 이후 갈 수 있는 사냥터가 몹시 제한적인 상황이다. 매번 가던 곳만 가야 하는 상황이라 무료함을 느껴서 그런지, 자기들끼리 떠들고 노는 모습을 자주 본다.

 

사자후로 농담따먹기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사자후 말고도 볼거리는 또 있다. 아직은 오픈 초창기라 그런 사람은 드물지만, 과거에는 무척 흔했던 장면들이 있다. 바로 노란비서와 소환비서를 사용해서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다. 특히 도사의 '소혼강신' 마법으로 몬스터를 불러놓으면 마을에서 때 아닌 포켓몬 대결(?)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마침 오늘 전갈굴 퀘스트를 하러 가다가 딱 그 장면을 발견했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나를 소환하길래 '아 젠장...' 했는데 그게 사촌동생이었다. 새벽 5시부터 깨어 있었다더니 졸려서 정신줄을 놓은 것 같다.

 

앞으로도 재밌는 장면이 종종 나올 거 같은데, 보일 때마다 캡처해뒀다가 일기 형식으로 올려보면 재밌을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오늘 뭔가 내용이 길어졌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근데 별 생각없이 캡처하고 보니 사촌동생이 한 짓. 너도 심심하구나?
소혼강신으로 불러놓은 몹들이 지들끼리 한놈 다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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