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제목으로 스토리를 스포일러 하는(?)' 형식의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적인 트렌드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영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시작하기도 전에 결말을 스포당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사표 내고 이계에서 힐링합니다>는 괜찮은 편에 속한다. 적어도 '결말을 알려주는' 제목은 아니니까. 판타지 세계를 소재로 하면서도 기존에 많이 보던 전투 중심의 이야기와는 다른 장르라서 요즘은 이런 것들이 마음에 든다. 마음이 편안해진달까.
그래서 쉬어가는 느낌을 받고자 세 번째 캐릭터 탐구 작품으로 선정했다. 이것도 제목이 기니까 좀 줄여서 부르는 게 좋을 텐데... 앞선 <신.귀.아.>처럼 <사.이.힐.> 정도로 줄이면 되려나...? 아니, 그보다는 <사표 힐링> 정도가 더 직관적일 것 같다. 사실 제목을 자주 언급할 일은 없으니 크게 상관은 없겠지만.
이번 작품부터는 얼마 전 작성했던 글대로 '셀프 인터뷰' 형태로 탐구해볼까 한다. 어설프긴 하겠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테니 천천히 진행하면서 발전시켜보련다.
이수 블룸 (조이수)
외향성
새로운 사람(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잘 받아들이는가? - YES
차원문을 통해 라우도렌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이수는 별 생각없이 창문을 열었다가 마을 주민인 메기와 마주친다. 당황스러울 상황에도 자연스럽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낯선 환경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친화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외향성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처음 보는데 밥 먹으러 오라고 초대한 메기 부인이 진정한 외향성 끝판왕...)
이후에 라우도렌 마을에 적응하면서 한스와 면을 트게 되고, 마을에 방문한 제이스로제와 만나기도 하며, 은둔하듯 살고 있던 하이엔과도 친화력 있게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근본적으로 이수가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임을 보여준다.
만난지 얼마 안 된 사람과 동행할 수 있는가? - YES
라우도렌에서 살아가던 이수는 수도인 에르마니아 시티로 가게 될 기회를 얻는다. 이때 마을에서 알게 된 하이엔과 동행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별다르게 꺼려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외향성이 부족한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경계심을 드러내거나 고민하는 모습을 보일 법 하지만, 이수는 그런 것 없이 자연스럽다.
또한, 에르마니아 시티는 수도로서 인구가 많은 대도시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언급되지 않지만, 황성이 있는 제국의 수도이니 분명 작은 규모는 아닐 것이다.) 에르마니아 시티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피곤해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친화성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가? - YES
블룸 남작이 되고 메디츠 백작의 도움으로 영지를 얻게 된 뒤, 이수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영주로서의 행보를 자주 보여준다.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려 하는 것은 물론, 주위 가신들을 격려하고 존중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천성이 올곧고 착하다는 점도 있지만, 에르마니아로 넘어오기 전 그가 사람들로부터 겪었던 것들을 타인에게 되돌리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일 때가 많다.
타인의 의견이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가? - YES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점수를 낮게 줄 수는 없다. 사실 누구나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럼에도 이수는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물론 좀 답답할 때는 있지만)
작중 세계는 전형적인 신분제 사회이기 때문에, 계급 차이에 의한 사람들의 태도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하고, '갑질'을 하지 않으려 애쓴다. 객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휘두르려 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성실성
정해진 목표가 있고, 그것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편인가? - YES
차원문을 통해 현실과 에르마니아를 오가면서 살아가는 이수는, 어느 순간부터 현실 대신 에르마니아에서 살아가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다. 어차피 양쪽을 오갈 수 있으니 현실을 완전히 등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조이수 대신 에르마니아에서의 이수 블룸을 자신의 주된 정체성으로 삼기로 한 셈이다.
이후로 그는 귀족으로서, 영주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방향성을 결정하고 이를 차근차근 실천해간다. '힐링물'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살리려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실상 에르마니아에서 이수의 삶에는 운도 잘 따라주고 걸림돌도 거의 없다. (웹소설로 먼저 보지 않고 웹툰 흐름만 따라가다 보니, 이후에 등장할 고난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장애물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이수의 삶에 대해 '성실하지 않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질문을 굳이 던지지 않더라도, 이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려 하는 사람이다. 그 본질은 대한민국의 조이수이기에, '본 투 비 귀족'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든 합법적인 방법으로 귀족이 됐고, 그 이름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충분히 박수를 보낼 만하다.
신경성
감정 표현이 풍부한 편인가? - YES
이수는 감정을 자주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주로 긍정적인 감정을 드러낼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성이 높다'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정서적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안정적인 편이기도 하고.
영주로서의 삶이 익숙해져가는 와중에도 그는 꾸준히 감정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가끔 둔하거나 눈치 없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그건 감정적인 안정성과는 별개의 문제니까... '신경성'이라는 관점에서는 '낮다'라고 보는 것이 맞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편인가? - Maybe YES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는 점점 더 여유로울 정도의 부를 쌓게 되고,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인정받는다. 메디츠 백작의 아들, 딸과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하이엔과 연인 관계가 되는 등 대부분의 일들이 잘 풀린다.
귀족들 간의 알력다툼에 엮이게 되면서 다소 걸림돌을 겪기도 하지만, '위기'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일이 안 풀리는 경우는 아직까지 못 봤다. 잠시 꼬이는 듯해도 이내 좋은 쪽으로 풀리곤 했다. 즉, 전반적으로 '마음이 꼬일 이유'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완벽하게 YES라고 답하기는 어렵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개방성
새로운 상황을 빠르게 납득하고 수용하는가? - YES
이수의 개방적 성향은 차원문을 발견하고 처음 라우도렌으로 넘어왔을 때 이미 드러난다. 비현실적인 상황에 당황하고 놀라는 모습보다 "나쁘진 않은 것 같네."라고 반응한다는 것이 그 증거다.
사실, 이 당시 이수는 심적으로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였다고 보는 편이 맞다. 인간은 누구나 피곤하고 지치면 예민해진다. 본래 그렇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수는 그런 상황임에도 수더분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으로는, 이 당시의 이수가 우울증에 가까울 정도의 의욕상실 상태여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라는 감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그가 완전히 무감각한 상태까지 가지는 않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상식적이지 않은 아이디어를 꺼내놓거나 실행하는가? - YES
이수는 기본적으로 현대사회 출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알고 있는 지식과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ex 인터넷 쇼핑몰) 등은 현대인을 기준으로 해야 맞다. 바꿔 이야기하면, 그가 에르마니아로 가져오는 것들이 딱히 '창의적'인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는 '이세계 전생'을 테마로 하는 빙의물, 환생물의 공통 속성이자 한계다.
하지만, 에르마니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수 입장에서의 '당연한 것들'은 온통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일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모르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거나 두려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수는 그것을 꿋꿋이 실행한다. "이 세계의 사람들도 당연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다.
'힐링물'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들이 큰 저항감 없이 정착하는 모습들이 거듭되는 것은 맞다. 애당초 현실성을 따지기 위한 스토리는 아니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에르마니아 사람들의 입장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것들을 과감하게 가져오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꽤 높은 개방성을 가지고 있다는 근거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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