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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Record _ 일상 기록

외로움: 한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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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2일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 전문


2007년 2학기 "인터넷 콘텐츠 기획론" 수업에

'영상 감상문'이라는 과제로 제출한 글입니다.




♡ '사랑'이란… 살아있음의 표현이다.



'사랑'이란 절대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혹은 동물이나 식물을 사랑하는 일이 그렇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어떠한 사물을 사랑하는 것도, 심지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쏟을 '대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늘 누군가와, 혹은 무언가와 함께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결코 혼자 있는 법이 없지요.


함께일 때마저 외로움을 곱씹는 사람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요.

아마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아니 그보다는  좀 더 많더라도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테니까요.

그 중에서도 가장 긍정적이며 인정(人情)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소통이 바로 사랑입니다.

그렇기에 사랑이란 살아있음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거겠죠.


♡ Alone & Together… 그 차이는 '교감의 온도'



'혼자'인 사진과 '함께'인 사진의 차이를 아시나요?

아니, 사진 속에 있는 피사체의 숫자를 묻는 게 아닙니다.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지만 정답을 말하자면 '교감의 온도'입니다.


따뜻한 사진과 차가운 사진.

연인과 함께, 귀여운 애완동물과 함께, 

혹은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서 찍은 사진들은 하나같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살을 에는 듯 칼바람이 부는 겨울날이든,

커다란 파도가 밀려드는 해안가이든,

'함께'인 사진은 서로 간의 교감이 있기에 언제나 따뜻한 느낌을 주게 마련이죠.


하지만 '혼자'인 사진은 반대입니다.

폭염(暴炎)이 쏟아지는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찍어도,

살을 에는 듯 추운 겨울에 아무리 옷을 따뜻하게, 겹겹이 껴입고 찍어도,

교감이 없는 그는 늘 무언가 허전해보이고 그것은 곧 차갑다는 느낌으로 이어지게 하거든요.

이런 느낌… 저 혼자만이 하는 생각인가요?


♡ Tales of the GUY, 한 남자의 이야기


한 남자를 알고 있습니다.

늘 스스로를 외롭다고 느끼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소박한 욕심을 가진 사람이죠.

하루에도 몇 번씩 그와 마주칩니다.

피곤한듯 약간 처진 눈, 그 위로 타이트하게 걸려있는 안경(종종 쓰지 않기도 하더군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입모양, 게다가 주머니에서 빠져나올 줄 모르는 손,

항상 급한 일이 있기라도 한듯 무척이나 빠른 걸음까지…

거 참, 하루의 대부분이 혼자 다니는 시간인지, 볼 때마다 한결같은 모습을 하고 있네요.

아, 옷차림까지 항상 같은 건 아닙니다. 옷이야 갈아입고 다닐 테니까요…….



어찌된 일인지, 그의 표정에서는 언제나 외로움이 묻어납니다.

하지만 더 슬픈 건,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는지 

그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는 거죠.

어느날 그 남자를 다시 만났을 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한 마디를 건네봅니다.


"안녕하세요?"

"……."


아무 대답이 없는 남자.

들은듯 듣지 못한듯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있다가 곧 휙 지나쳐 버립니다.

너무도 외로워보이는 모습이 보기에 딱해서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그것마저도 쉽지만은 않네요.


♡ '함께'라는 이름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컴컴한 강의실. 눈앞에서 지나가는 사진들.

배경도 제각각이고 피사체도 제각각인 사진들이지만, 

그들은 모두 누군가, 혹은 무언가와 '함께'였습니다.

단순히 시각만을 통해서도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의 배경에서도 그들은 정말 '따뜻해' 보이더군요.


함께… 함께… 함께… 그 하나의 단어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다가

문득 어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그 남자가 생각이 났어요.

오늘은 절대로 그냥 보내지 않겠다는, 지독히도 이기적인 다짐을 굳히면서 그를 찾아 나서봅니다.



그런데 왠지 오늘따라 그의 모습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죠. 

딱히 만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 때는 그렇게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저녁이 다 되어서야 그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그는 왜, 오늘 하루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걸까요.

어쩌면 그냥 우연일지도 모르는 일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려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로 그 남자는 자주 눈에 띄었었거든요.


♡ 외로움이 있기에 사랑은 싹을 틔울 수 있는 것 - by. the GUY



사랑이라는 것이 살아있음의 표현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외로움이라는 것의 본질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그저 사랑하는 것이 삶의 이유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외로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한 번이라도 뜨거웠던 적이 없다면 그것은 외로움이다…>


하지만 오늘 혼자였던 시간 속에서 깨달았네요.

사랑이란, 외로움이 있어야 빛을 발하는 거라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어야, 사랑이 더 값지게 되는 거라고.

…… 외로움이 있기에 사랑은 싹을 틔울 수 있는 거라고…


한 남자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화면 위의 글자들을 보며 빙그레 웃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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