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노트 한 권을 뒤적이다,
일기처럼 기록해둔 글 한 편을 찾았습니다.
벌써 한참 전 이야기가 돼 버린,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에 대한 기록.
2014년 6월 30일.
더운 공기가 서서히 세상을 잠식하던 날.
사실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인터뷰, 과연 진행해도 되는 건가?
너무 개인적인 궁금증은 아닌가?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예상했던 것과는 꽤 달랐다.
그리 멀쑥하다고는 할 수 없는 오피스텔.
구로역에서 대림역으로 가는 중간 어디 즈음에,
이 오래돼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1층은 우체국.
빌딩에 으레 딸려있는 화장실도,
도심에서 이따금씩 볼 수 있는
오래된 식당 안 화장실 느낌.
심지어 화장실은 남녀공용이었는데,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나를 경계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던
여성분의 표정이란…
물론 내가 좀 험악한 인상이긴 하지만…
좀 일찍 도착한 탓에 시간이 꽤 남는다.
갑자기 허기를 느낀다.
요기를 할만한 곳을 찾아 큰길을 건넜다.
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결국 선택은 편의점.
작은 햄버거와 주먹밥, 그리고 요구르트.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근처 커피숍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샀다.
낡은 느낌의 오피스텔.
썩 좋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상관은 없다.
집 보러 온 게 아니니까.
이장주 박사님은 무척 반갑게 맞아주셨고,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주셨다.
이 업계에서 2년 여를 일하는 동안,
꽤 많은 인터뷰를 다녔다.
그중에서도 이장주 박사님은,
분명 '어려운 인터뷰'에 속했다.
인터뷰란 기본적으로
'대상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
인터뷰 기사를 쓰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본질은 항상 똑같다.
그렇다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듣고 메모하는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완전한 대화 형식으로 기사를 쓸 수는 없다.
그러면서도 없던 이야기를 해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한 메모 방식은 크게 두 가지.
1. 풀 워딩 후 재구성
2. 키워드 위주로 정리해 재구성
전자는 인터뷰 당시가 힘들다.
후자는 이후 정리하기가 어렵다.
이장주 박사님의 경우,
식견이 굉자히 넓은 데다 말이 빠르신 편.
그러면서 이야기는 재미있게 잘 하신다.
흥미를 느껴 잠시 빠져드는 순간,
이내 맥을 놓쳐버리게 되니
워딩이 굉장히 어려웠다.
흥미롭게 들어야 하되,
너무 흥미를 가져서는 안 되는.
내 인터뷰 철학대로 봤을 때
정말 어려운 인터뷰였다.
정리하는 데 근 이틀을 매달렸다.
녹음을 해뒀다면 조금 편했을까?
글쎄…
두 시간 남짓한 분량의 녹취록을
다시 들으며 정리하는 건
또 얼마나 어려웠으려나.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다행히,
인터뷰 반응은 무척 좋았다.
내부에서 칭찬도 들었고.
덕분에 이 기록을 남기는 것도 무척 즐거웠다.
보람도 있었고.
언젠가, 이 글을 들춰보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를 회상하면서.
기록의 끝 부분에 남겼듯,
약 4~5년이 지난 시점에 이 기록을 들춰봅니다.
그 날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지금이 아니면 언젠가 잃어버리고 말 것 같아,
그나마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이 공간에 옮겨둡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다짐합니다.
이와 같은 기록들을
가급적이면 많이 남겨두자고.
글을 쓰며 살기로 했으니,
그게 정말 의미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난 김에,
조만간 박사님도 한 번 찾아봴 수 있도록
시간을 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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