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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Room _ 창작 작업/Monologue_혼자 생각

[생각] '소설의 퀄리티'란 무엇인가? - 독창적 세계관, 주제와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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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요삼 작가의 작품들을 즐겨 읽었다. 완전 초창기작이었다 하는 <초인의 길>과 <판타지아 2085>는 읽지 못했다. 어딘가에 공개돼 있다고 하는데, 왜 난 못 찾는 건지... 그래서 일단은 카카오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작품들만 쭉- 팠다.

 

작품에 대한 감상평은 남기지 않겠다. 이미 꽤나 오래된 작품들이기도 하고, 애당초 감상평을 구구절절 남기는 건 그다지 성향에 맞지 않아서다. 그냥 그 순간을 즐기고,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작가에 대해 마음을 정하면 된다는 생각.

 

굳이 요삼 작가의 이야기를 꺼낸 건, 그가 과거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작품의 퀄리티는 배신하지 않는다"였던 걸로 기억한다. 인터뷰를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의문이 들었다.

 

'소설의 퀄리티'란 무엇일까?

 

문과(?)의 질문이 늘 그렇듯, 만인이 인정하는 정답 같은 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의견을 정리해보려 한다.

 

판타지 소설의 퀄리티, 무엇을 말할까?

요즘은 인공지능 비서(?)와 의논하는 게 트렌드이니, 먼저 이 녀석에게 물어보도록 한다. 나는 뤼튼(wrtn.)을 즐겨 쓰는지라, 이 친구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1. 세계관 구축 : 독창적이고 세밀한 세계관. 잘 설정된 규칙과 배경.
2. 캐릭터 개발 : 매력적이고 복잡한 캐릭터. 인물의 성장과 갈등.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서사.
3. 스토리라인 : 흥미로운 플롯. 긴장감 있는 전개. 예측 불가능한 흐름. 반전과 복선 등.
4. 문체와 언어 : 독창적이고 일관되며 분위기에 맞는 작가의 문체. 적절한 언어 사용.
5. 주제와 메시지 :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 또는 메시지.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주제.

 

예상했던 범위 내에서의 답이다. 딱 모범생이 내놓을만한 답이랄까. 원론적이면서 하나하나가 까다로운, 그런 항목들이다. 

 

교과서적인 답변이긴 하지만, 나는 또 내 나름대로의 철학(똥고집)이 있는 인간인지라, 위 내용 중에서 꽂힌 항목을 두 개만 골라 그것들에 대한 생각을 몇 마디씩 더 적어볼까 한다. 나머지 요소들에 관해서는... 또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독창적 세계관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본래 다른 의미로 쓰인다는 것은 알지만, 어차피 판타지라는 장르에 입문한 이상 구태여 그걸 걸고 넘어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냥 배경 세계 설정이라는 익숙한 의미로 쓰고자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세계관에 몹시 집착하는 편이다. 어느 플랫폼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익숙한 세계관을 벗어나고 싶어 용을 쓰는 스타일이랄까. 그래서인지 '뻔하고 흔한 세계관이 아닌' 작품들만 찾아다니는 경향이 있다.

 

2024년 11월. 지금 관점으로는 일단 '기사와 마법을 앞세우는 중세 판타지는 좀 싫다'라는 주의다. 그리고 '현대 판타지는 현실 세계를 빌려다 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직은 어쩔 수 없다'라는 정도의 의견이다.

 

앞서 언급한 요삼 작가의 작품 중, <에뜨랑제>는 중세 판타지의 요소가 들어간다. 다만, 조금 비틀려 있다. 남작이니, 백작이니 하는 익숙한 귀족 작위가 들어가 있지만, '3대 무가'라는 살짝 핀트를 바꾼 개념을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흔한 중세 판타지'에서는 경로를 이탈했다는 생각이다. 이런 점은 흥미를 끈다. 익숙한 것 사이에 숨어 있는 낯선 것이랄까. 물론, 애당초 주인공이 처음 등장하는 시점에 군 장교 낙하 훈련이 들어가 있었으니...

 

<에뜨랑제>에서 인상 깊었던 요소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인물들의 이름을 짓는 방식이다. 흔히 판타지에 등장하곤 하는 영어식 혹은 유럽식의 이름 대신 낯설게 느껴지는 이름들이 여럿 등장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기억나는 것이, 배경 국가인 제국의 황족 '대라 씨'다. 주인공에게 도움을 구하러 오는 황녀 '레인'의 풀 네임은 '대라 레인', 그녀와 동행하는 황제의 손자는 '대라 건'이다. 그 아버지인 황자는 '대라 준경'.

 

거기에 제국 귀족들의 성씨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스쳐가는데, '사명 씨' '지하 씨' 뭐 이런 식이다. 삼국지에 익숙한 사람 중 하나로서, '제갈 씨'나 '사마 씨' 같은 느낌이었다. (사명 씨를 봤을 때는 사명대사를 떠올렸......)

 

어찌 보면 사소해보이는 설정들이다. 사실 스토리를 즐기는 데 있어 엑스트라들에게 붙는 성씨 따위가 뭐가 중요할까. 스쳐가듯 암살당했다고 나와도 그런가보다- 할 이름에 불과할 텐데.

 

하지만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 디테일을 만든다. 살아있는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사람의 마음을 아주 잠시나마 머무르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으로 제 역할을 다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광고 분야에서 익히 듣곤 하는 이야기 중 '서브리미널 메시지'라는 게 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영화 상영 중 1초를 수십 번으로 나눈 정도의 짧은 찰나의 순간 동안 "콜라를 마셔라"라는 메시지를 보여줬더니, 콜라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위 이야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지금은 '소비자의 의식적인 인지'를 유도하는 전략이 메인을 이룬다고도 한다. 어차피 나는 광고나 마케팅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다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방향이다. 그 짧은 순간에도 인간의 무의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어느 정도가 됐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1초나 2초 정도 사람을 멈칫하게 할 수 있다면 소설 속 요소로서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한 셈이 아닐까.

 

인물의 이름 하나, 지도 속 지명 하나, 혹은 배경이 되는 어느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관습 하나라도 읽는 사람 중 누군가로 하여금 순간적으로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퀄리티'를 구성하는 세계관의 하나가 될 것이다.

 

주제와 메시지

개인적으로는 독창적인 세계관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이다. 

 

요즘은 그리 잘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양판소'라는 표현이 성행하던 때가 있었다. (단순히 내가 작품을 볼 때 댓글을 잘 보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양산형 판타지 소설이라는 말의 축약어다.

 

무엇을 가지고 양판소인지를 판단하는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바로 이 주제와 메시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철학이 없는 스토리'라고 볼 수도 있겠다.

 

여기서도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가지만, 나는 본래 소설의 플롯이라는 것을 몇 개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짧게 요약할 수 있을수록 양판소에 가깝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를 들어, '먼치킨 주인공이 회귀해서 운명을 바꿔가는 스토리'라고 요약할 수 있다면 어떨까. 먼저 작품을 읽은 누군가가 댓글에 위와 같이 남겨놓았다면, 아직 안 읽은 사람 입장에서 흥미를 가질 수 있을까? 글쎄... 댓글을 읽지 않아야만 오히려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주인공이,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과 싸워가며 원하는 바를 이뤄나가는 스토리'라고 요약해뒀다고 해보자. 바로 앞선 예에 비하면 조금 더 길어졌다. 다만,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이라는 문장으로 요약됐다면, 이 또한 다양성이 없는 패턴의 반복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말이 좀 중언부언 길어졌지만...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짧게 요약'해버릴 수 있을수록 그 이야기는 '퀄리티'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다소 복잡해지더라도 여러 가지 패턴이 조화롭게 엮여야 하는 이유라고 할까.

 

나는 세상에 불만이 많은 인간이다. 다만, 타고나길 쫄보 기질이 있기에 그 불만을 대놓고 드러내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마냥 참아넘기지는 못해, 글을 통해서라도 내 의견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후로, 소설이 내 생각과 사상을 드러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 있고, 때때로 그것들은 서로 상반된 의견이 되기도 한다.

 

내 머릿속에서 싸우는 서로 맞부딪치는 의견은, 서로 다른 인물의 입을 통해 드러낼 수 있다. 그것은 때로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싶어 내뱉는 '관심 구걸'이기도 하다.

 

그런 메시지들을 내비치다 보면, 어느 순간 특정 사안에 대해 단단하게 자리잡는 생각이 정해진다. 완벽한 생각일 수 없고, 반대의 생각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굳어져버린다. 그것을 소설에 담아낸다면 '주제의식'이 된다.

 

독창적 세계관, 그리고 주제와 메시지. 

이 두 가지 요소는 아마 한동안 내가 생각하는 '퀄리티'의 최우선 항목이 될 것 같다. 사실 이 포스팅을 쓰기 한참 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기도 하고.

 

이 글을 시작으로, '창작'에 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날 때마다 블로그를 찾아볼 예정이다. 슬슬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니, 그 과정의 일환으로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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