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직전에 '절대자'라는 테마를 정했다. 본래는 글 하나로 모두 쓸 예정이었지만, 쓰다 보니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아서 나누기로 했다. 워낙에 생각이 많은 타입이라... 오늘 글도 쓰다가 갑자기 쪼개질지도 모른다.
일단 오늘도 같은 주제로 간다. 하지만 '세부 주제'는 조금 달라진다. 첫 번째 세부 주제는 '신(神)'이었다. 오늘의 세부 주제는 '매우 강한 인물'이다.
▶ [생각] 판타지 속 절대자, 신(神)은 과연 필요한가?
사실 신이라는 건, 판타지 세상 속 절대적인 존재 하면 빠지지 않는 명사다. 아니, 사실상 이제는 대명사라고 부르는 게 맞지 싶다. 뭔가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도 '신'이라는 말을 종종 붙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매우 강한 능력을 지닌 인물' 또한 신처럼 절대자의 관점에서 다뤄야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협에 등장할 법한 검신(劍神)이니 마신(魔神)이니 하는 호칭부터, 판타지 장르에 심심찮기 등장하는 풍신(風神), 해신(海神) 같은 것들.
개인적으로 신이라는 존재를 소설 속에 등장시키는 데는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인물들은 필수라는 생각이다.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됐는지는... 정리가 좀 필요할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 생각이다 보니.
이야기의 '열쇠' 혹은 목표점
어느 이야기나 강한 능력을 가진 인물들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강한 인물'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에 비해서 강하다는 뜻이다. 세계관 최강자 같은 거라면 사실상 신과 별로 다를 바가 없을 테니까.
만들어진 이야기는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주인공 앞에는 그 수준에 맞는 정도의 강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쩌다 한참 격차가 벌어지는 인물이 등장한다면 대개 둘 중 하나다. 조력자거나 아니면 궁극의 적이라도 아직은 주인공을 얕보는 입장. (주인공과 싸우거나 겨루기 위해 나타난 게 아니라는 뜻)
만약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이야기가 매우 하드코어해진다. 주인공을 퇴장시켜버리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게 되니까. 뭐... 작가의 역량에 따라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적'도 개연성 있게 풀어낼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나에게는 역부족인 일이다. 내공을 한참 더 갈고 닦아야 가능할 일.
그렇기 때문에 보통 강한 능력을 가진 인물은 여러 단계에 나눠서 만들어진다. 주인공이 성장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해주거나, 직접적으로 도와주거나, 아니면 그냥 레벨업용 발판(?)이 되거나.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야기 전개를 위한 '열쇠'가 되거나, 주인공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는 '목표점'이 되는 셈이다. 혹은 그 자신이 주인공의 목표점이 될 수도 있고. 이런 이유로 강한 캐릭터는 이야기에서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력한 캐릭터는 얼마나 강해야 맞을까
그렇다면 그 '강한 능력'이란 어느 정도를 말하는가. 이건 참 난해한 문제다. 그야말로 천차만별의 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예로 들어보자. 요즘 소설이나 웹툰에서 흔히 보이는 작품들은 '게임 형식'을 빌린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캐릭터의 강함을 비교적 수월하게 설정할 수 있다. 레벨(Lv) 개념을 도입하거나, S급 A급 이런 식으로 등급을 매기는 식이다. 아예 힘, 민첩, 체력 이런 식으로 스테이터스 값을 매기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복합적으로 섞어서 쓰기도 하고.
읽을 때는 재미있게 즐기는 편이지만, 내가 이야기를 쓸 때는 잘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뭐랄까... 길고 짧을 걸 대보기도 전에 이미 승패가 나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레벨이 높다고 무조건 이긴다는 공식이 적용돼 있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식은 '절대적인 승리는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킹왕짱 세면 호쾌하고 재미있긴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오래 가지 못한다. 어떤 식으로든 난관을 경험하는 게 있어야 주인공이라는 캐릭터도 입체성이 있지 않겠는가. (이래놓고 세상 풍파에 지쳐 짜증날 때면 주인공은 그저 무조건 잘 풀리기만 하는 이야기를 보며 힐링...)
한 가지 더. 주인공이 엄청나게 강한 것보다, 주인공에게 우호적인 캐릭터 중에 매우 강한 인물이 있는 방식을 선호한다. 대놓고 강한 캐릭터든, 아니면 '힘숨찐'이든. 이 또한 오랜 생각 끝에 만들어진 취향이라...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적당한 선'이 필요하다
이쯤에서 유명한 대사를 하나 인용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강한 힘(큰 힘)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만고불변의 진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곳곳에서 등장하곤 하는 보편적 진리쯤 되는 말이다. 강한 인물들을 설정하고 창조하는 건 작가의 마음이지만, 여기에도 그만큼의 큰 책임이 따른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시간에 관한 능력'이다. 보통 이 계통의 능력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미래의 일을 경험하고 과거로 되돌아와, '미래를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전개. (좀 특이하게 다루는 사례도 있긴 하지만... 내 기억 속에 남은 그 작품은 일반적인 판타지로 분류하기에는 분위기가 다르니 일단 꺼내지 않기로 한다.)
시간을 다루는 능력은 폼나고 멋지다. 또한 강력하다. 과거로 되돌린 시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꿔버리면, 동일한 미래가 오지 않는다는 철학적인 이야기가 있다. 그런 어려운 문제까지는 가지 않는다. 애당초 그런 '시간선의 논리'를 적용해버리면 시간 능력은 아무짝에 쓸모 없는 일이 돼 버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강력한 능력을 설정하면 그만큼 큰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시간을 돌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위에서 벌어지는 비극에 손을 놓고 있는다면, 캐릭터성이 붕괴하거나 그 캐릭터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누구든지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무력을 가졌다면, 자신이 보고 듣는 범위 내에서의 불의는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려운 문제다.
이 때문에 '웰 메이드 스토리'를 지향한다면, 강한 인물을 설정하는 일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야기의 개연성이란 정말 사소한 부분에서도 깨져버릴 수 있는 거라서. 오늘치 횡설수설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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