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습니다.
기상 시각 6시 40분.
매일 아침 울리는 알람은 7시 30분.
한 시간 가까이 일찍 깼습니다.
언제부턴가 오전에 일정을 잡아놓은 날이면 평소보다 일찍 깨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5분이나 10분.
또 어떤 날은 1시간 남짓.
긴장인지 설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각할 일은 없으니 다행입니다.
예매해 둔 SRT 출발 시간은 오전 9시 20분.
좀 더 일찍 예매했어도 됐으려나 싶습니다.
이내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기로 하고 채비를 서두릅니다.
수서역에 도착해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차량 청소가 끝나자마자 일찌감치 자리에 앉았습니다.
앞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립니다.
'깜빡 잠이 들었나' 싶어 살펴보니 어느새 김천구미 역을 출발.
적절한 때에 카톡을 보내준 친구가 아니었다면 정신줄 놓고 부산까지 갈 뻔 했습니다.
▲ 사실 이 사진, 돌아가는 날 찍었...
무사히 도착.
KTX나 SRT는 종종 타고 다녔지만 동대구역에 내려본 건 처음입니다.
(사진 좀 더 찍어둘걸...)
3번 출구 복합환승센터 건너편.
주차장에 기다리고 있던 친구의 차를 타고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남산동(이었던 걸로 기억하는) "제일콩국".
위 메뉴는 찹쌀콩국입니다.
(찹쌀 알심 없는 일반 콩국도 있음)
뜨끈하고 고소한 것이 숟가락을 자꾸 부릅니다.
옷깃을 여며야 할만큼 쌀쌀한 바람이 불던 날.
시베리아 기단 형님(?)이 변덕을 부리는 탓일까.
(저보다 쎄면 그냥 다 형님입니다 ^-^)
뜨끈한 콩국이 잘 어울리는 날이었습니다.
▲ 물론! 콩국만 먹었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ㅋㅋ
점심식사 후, 친구네 회사에 들렀습니다.
대표님 소개를 받고 몇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순삭.
특별히 조기 퇴근을 허락받은(오오!!) 친구를 따라 나섭니다.
술 한 잔 해야 하니 친구네 집에 가서 차를 놔두고,
지하철을 이용해 어딘가(?)로 향합니다.
두류역에서 승차. 반야월역(맞을 겁니다. 아마도.)에서 하차.
친구의 단골 가게에 구두 수선을 맡긴 뒤, 뚜벅이 투어(?) 시작.
대략 3~40분 정도 걸었는데, 정작 기억나는 건 동성로랑 대구역밖에 없다는……
저녁에는 뭘 먹고 싶냐는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뭉티기!!!"
그렇습니다.
왠지 대구에 온 목적은 뭉티기였던 것 같기도…
(초밥 먹고 싶으면 일본, 카레 먹고 싶으면 인도 갈 기세)
추천할 만한 가게가 있다며 다시 한참을 걸어 "장원식당"이라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반겨준 건 <금일휴업>이라는 팻말.
친구는 원래 쉬는 날도 아닌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당황.
저는 영혼이 반쯤 빠져나가 사진도 못찍고 멍~
일단 커피 한 잔 하면서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중구청 근처까지 내려와 길가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반갑게도 드립 커피를 취급하는 곳.
원산지와 농장명까지 적혀 있는 메뉴판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콜롬비아 원두 드립 커피를 선택.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친구는 충전기 꽂아놓고 대안 경로(?) 탐색 시작.
초행길이라 아는 게 없는 저는 또 휴식 모드.
그 와중에 휴업이 걸려있던 장원식당 사장님과 통화에 성공한 친구.
"할머님(사장님)께서 좀 편찮으셔서 월요일부터 입원 중이시래…"
이렇게 뭉티기의 꿈은 저멀리… 먼지가 되어…
▲ 엉엉… 사장님, 쾌차하세요… 다음에 꼭 먹으러 올게요.
친구가 다른 갈만한 곳이 있는지 찾는 사이.
카페 사장님이 드립 커피 맛이 어떤지,
왜 콜롬비아 드립 커피를 선택했는지 물어오십니다.
드립 커피나 더치 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딱히 뭘 많이 아는 건 아닌지라…
그냥 적당히 중남미쪽 커피를 선호하는 편인데,
메뉴판에 콜롬비아만 먹어본 적이 있어서 주문했노라 둘러댔습니다.
그게 기나긴 커피 토크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죠.
산지별 원두의 맛과 한국사람들의 보편적 커피 취향으로 시작된 이야기.
서울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 고향인 대구로 돌아와 카페를 시작하게 된 사장님의 삶 스토리.
대화를 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
대구 내에 꽤 넓은 인맥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친구와 사장님은 다리 건너 아는 사이…!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전개 너무 좋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어느새 두 시간 가량이 훌쩍.
슬슬 배가 고파져 다음을 기약하고 대화를 정리했습니다.
대구 "싱글톤 커피", 지도 앱 즐겨찾기로 저장.
사장님이 소개해주신 서울의 가볼만한 커피숍 몇 군데도 저장.
▲ 한 많은(?) 뭉티기 대신 선택한 메뉴는 막창.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갑니다.
대략 40~50분 정도 간 것 같네요.
여기서 좌회전했으니 이제 서쪽, 다시 우회전했으니 이젠 북쪽…
이렇게 나름 방향 감각을 잡고 있었지만,
약 20분 뒤부터는 배고픔 + 멀미로 정신 가출 상태.
어렵사리 도착한 막창집에서 폭풍식사. (가게 이름을 까먹었...)
막창 3인분에 참 소주 두 병을 넘기고 나니 배부름.
평소에 제가 고기를 흡입하던 양을 생각하면
고작 3인분으로 배가 찼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만…
뭐 어쨌든 만족스럽게 먹었으니 그걸로 됐습니다.
(1인분당 양이 더 많았나 보죠 뭐.)
▲ 역시 막창에는 막장이 진리 ^~^
식사 후 두류역 근처에서 잠깐 놀다보니 어느새 밤 11시가 돼 갑니다.
이제는 우리가 잠을 자야 할 시간~
예전처럼 술은 많이 못 마시겠고 하니
간단하게 커피나 한 잔씩 더 하고 들어가기로 합니다.
즉흥적으로 출발한 것 치고는 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1박 2일짜리 짧은 여행.
적당한 아쉬움과 다시 올 이유 몇 가지를 남겨뒀으니…
이쯤에서 한 페이지를 덮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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