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환물은 머지않아 이 대륙에서
뇌신이라 칭송받을 것이고,
또 다른 세계에서도
다른 모든 이의 희망이 되어 줄 것이다.
[ 반 미터의 아이 ]
에필로그. 소소트리스, 마더랜드의 소환사
“내가 불행한 미래를 말하면,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아요.
하지만 내겐 그런 미래만 보이는군요.”
– 카산드라, 트로이의 예언가
공작의 영주는 잠시 후 내게 엄청나게 화를 낼 것이다.
영지의 80%를 악어에게 빼앗기고, 마지막 남은 성이 함락되기 직전인데, 믿었던 소환사는 무시무시한 곰이나, 상상 속의 외눈박이 괴물 대신 군인 한 명을 일부러 잘못 소환할 테니까.
난 소환 오류라고 변명할 것이고, 그 군인이 사자의 성에서 그라이 동생의 머리를 터트려 버리고 다 져 가는 전쟁을 승리로 뒤바꿔 놓을 거라는 건 모른 채로, 영주는 날 두들겨 팰 것이다.
난 내 흐린 눈앞을 스쳐 가는 앞으로 일어날 게 확실한 장면들을 본다.
아직은 내가 본 적 없는 많은 사람이 그 안에서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장난감을 든 꼬마도, 물총을 들고 노는 여자애도, 말하는 곰도, 온몸에 불을 세운 채로 포효하는 남자도, 부채춤을 추는 무녀도 보인다.
그들 중 일부는 칼을 맞고, 무언지 모르는 무기에 목숨을 잃고, 누군가는 다치거나 변절하고, 그 와중에 무수한 적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나는 그 시대가 지나면 죽을 것이다.
불 속에서 내 옷을 야금야금 태워 올라가는 불길을 본다.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미친 듯이 시를 외며 죽어가는 나 자신의 마지막 장면을 본다.
난 내 운명을 바꾸기 위해 수많은 즉흥적인 선택들을 해 보았지만, 내 가문의 몰락과 나의 노예로서의 삶과, 지금의 불행한 상황은 예전에 봤던 그대로 진행되고 말았다.
내 스스로 내 운명을 바꾸는 시도는 포기했지만, 곧 내가 수없이 드나들며 더러운 공기를 마셔 온 제 3세계에 손을 넣어 꺼낼 이 군인이라면… 내 운명을 바꿔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내 미래의 쌍둥이 아이들 – 이아고와 데스데모나를 광대의 손에서 지켜 희망의 시대를 열어 줄 것이다.
나는 공작의 영주를 증오하고 영주의 소환 명령에 치를 떨지만, 이번만큼은 기대에 차서 그 군인을 소환하려 한다.
나의 소환물은 머지않아 이 대륙에서 뇌신이라 칭송받을 것이고, 또 다른 세계에서도 다른 모든 이의 희망이 되어 줄 것이다.
난 나의 삶 동안은 계속 불행할 것을 안다.
내 죽음 이후는 볼 수 없을지라도, 그 직전까지의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나의 아이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내가 죽어서 나의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건 바람직한 미래이고 괜찮은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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