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더라. 구글 지도를 보며 간접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고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개인 취향의 문제겠지만... 꽤 재미있습니다. 수백 수천 km 떨어진 곳의 길을 따라가보거나, 책이나 영화, 게임 등에서 봤던 지명을 찾아보는 일 말이죠. (어차피 현실은 해외여행 한 번 가기도 힘드니...ㅠ.ㅠ)
작가노트를 펴놓고 뭘 해야 하나 꼼지락거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 유명한 도시들을 위키백과에서 찾아보자. 기후부터 기본적인 생활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든 생각이었지만, 그럴 듯하다 싶었습니다. 잔머리 못 굴리고 임기응변에도 약한 저로서는 꽤나 마음에 드는 발상이었죠. 어쩌면 계속 고민 중인 세계관 창작에 보탬이 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어디부터 시작할까 하다가, 몽골의 울란바토르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뭐 별 거 없습니다. 구글 지도를 켜고 축척을 쓱 하고 줄였는데 마침 눈에 띈 겁니다.
이 도시는 1년 기후가 어떤지, 왜 그런 기후가 나타나는지, 사람들은 주로 어떻게 사는지. 위키백과가 다 알려주긴 하더군요. (재미가 없어서 문제지만) 그냥 슬슬 읽어보며 이거다 싶은 것들만 노트에 옮겨 적으며 놀았(?)습니다. 노는 건지 공부하는 건지 좀 헷갈리긴 했습니다만.
다 쓰고 나니... 진짜 별 거 없더군요. '그래서 뭐?'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다시 지도를 열어놓고 비슷한 위도에 있는 다른 도시를 찾아봤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도 있고, 체코 프라하도 얼추 비슷한 위도에 있는 것 같더군요. 딱히 할 것도 없겠다, 내친 김에 두 도시도 찾아봤습니다. 위도가 같아도 주변 환경에 따라 기후를 비롯해 많은 게 달라지더군요.
도시 대여섯 개 정도를 찾아보고 난 다음, 의지가 꺾여버렸습니다. 그냥 지도를 보는 건 꽤 재밌었는데, 뭔가 공부하는 분위기가 되니 흥미가 뚝... (그냥 지도 볼 땐 나일강 삼각주부터 발원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짓거리조차도 재미있었다죠.) 역시 학교 다닐 때 공부랑 별로 안 친했던 학생은 어른이 되도 똑같은가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세계관 창작은, 배경이 될 세상을 만드는 일에서 시작한다는 주의입니다. 캐릭터도 중요하고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저는 진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내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그런 류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고, 제가 좋아하는 작업을 해야 롱 런이 가능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도해봤던 '구글 지도에서 출발하기'는 일단 실패인 걸로.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 없었습니다. ... 혹시 모르죠. 세계지리 과목을 좋아하는 덕후(?) 분이 세계관을 짜고 싶다면 도움이 되는 방법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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