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책을 고르는 기준 중 하나는 '창작'입니다. 창작에 관련된 책을 주로 찾고 있는 것이죠. 창작에도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판타지에 대한 책을 주로 찾곤 합니다.
놀랍게도(?) 세상은 참 넓습니다(?). 판타지 작품은 많고도 많지만, 그것을 쓰는 방법론에 대한 책은 그리 많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습니다.
착각을 한 덕분에 요즘 무척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습니다. 창작에 관한 방법을 다룬 책들을 읽으면서 막혀 있던 부분들이 많이 뚫려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죠. 특히 요즘 읽고 있는 책은, 판타지의 월드 빌딩(World Building)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초반을 읽고 있을 뿐이지만, 알찬 내용이 담겨 있을 것 같아 마음에 쏙 듭니다.
초반부에서 마음에 들게 했던 내용을 꼽으라면 한 가지, '완전한 세계'라는 개념입니다. 창작이란 넓게 보면 창조적인 활동입니다. 비록 가상일지언정, 새로운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는 거죠.
이리저리 책을 읽으며 주워들은 것들이 꽤 되는지라... 어느 부분까지 세상을 만들어야할지가 오랫동안 고민이었습니다. 단순히 인물을 만들고 국가를 설정하는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거든요. 그 이상을 생각하자니 어디부터 어떻게 손대야할지 막막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 힌트를 이 책에서 찾은 겁니다.
방향성은 이해가 됐습니다. 이야기에 먼저 중점을 두지 말고, 인물에 먼저 중점을 두지 말라는 것.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게 맞다고 봅니다. 인물은 결국 자신이 태어난 세상에서, 그 세상의 법칙을 따르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법칙이야 마음먹기에 따라 거스를 수도 있겠지만, 자연적인 법칙은 불가능하죠. 바로 그 자연적인 법칙을 설정하는 것이 월드 빌딩을 꿈꾸는 제가 해야할 일이라는 걸 어렴풋이나마 이해했습니다.
그동안 '참신한 설정'을 가진 작품을 찾아 헤맸습니다. 뻔하디 뻔한 배경에 참신한 척하는 작품들을 많이 봤습니다. 나름 괜찮은, 마음에 드는 작품도 찾아서 즐겁게 읽었지만요. 결과적으로, 참신한 설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특정한 요소 몇 가지를 참신하게 하겠다고 비틀어봤자 결국은 한계에 부딪치게 됩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말처럼, 다들 어디선가 본 것을 토대로 바꾸고 다듬는 작업을 하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참신함이라는 개념을 '새로운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이 아닌 '낯선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얼마든지 참신함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중심에 월드 빌딩을 두려고 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 혹은 기존에 알던 가상세계와는 다른 법칙을 가지고 있는 세상. 그것을 빚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내가 작품을 읽든, 읽지 않든 이미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꿈꿔오던 창작 작업을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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