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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창조론에 따르면,
세상은 '만들어졌'습니다.
누구에 의해서인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어쩌면 종교(신학),
최소한 철학의 영역이니까요.
(건드리기 겁나는 분야...)
그냥,
만들어졌다는 관점만 봅니다.
사실 창작이라는 건,
스스로 창조자가 되는 일.
창조론을 믿든 믿지 않든,
그건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서두가 길어지는군요.
오늘의 생각은...
'지리'에서 출발했습니다.
#1.
책을 읽다가,
혹은 소설/웹툰을 보다가
구글 지도를 켜곤 합니다.
본문에 언급된
국가나 도시를 찾아봅니다.
<어쌔신 크리드> 웹툰을
실컷 들여다 보다가
'마카오'를 찾아본다든가,
<사피엔스>를 읽다가
인류가 퍼져나갔다는
세계 지명들을 찾아봅니다.
지도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문득 어느 지점에 멈춥니다.
지도 축척을 확대해보면
살면서 가본 적 없는
낯선 땅의 모습을 만납니다.
그럴 때면 간접적으로나마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죠.
낯선 땅의 식료품점 위치나
도로의 생김새 등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퍼뜩 정신이 돌아옵니다.
축척을 조금 줄이면,
'지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울퉁불퉁 이어지는 해안선,
구불구불 흐르는 큰 강,
짙은 존재감을 뽐내는 산.
이 '만들어진' 것들에 의해
도시와 국가의 경계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요.
하나의 '세계'란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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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흔히 말하길, 큰 강 유역이나
해안가 인근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됐다고 합니다.
'물 공급' 때문이거나,
'교역' 때문이겠지요.
(물론 현대사회에는
그렇지 않은 곳도 많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혹은 오래되었다 알려진
도시들에 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어느 과거에
이 도시가 생겨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도시가 생겨난 이래
그 자연적인 환경들이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런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배경 세계를 구상할 때는
황금과 같은 내용들이죠.
강의 주기적인 범람으로
비옥한 농지를 얻었다는 곳.
큰 강을 자연 경계로 삼아,
영역을 나누고 다투었다는 곳.
험한 산맥으로 둘러싸여
다른 곳들과 단절된 채
독자적으로 살아남았다는 곳.
지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여러 도시 이야기를 접하며
'다양성'을 갖춘 세상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머리를 싸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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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편으로는,
요즘 읽고 있는 책 때문인지
'정착생활'에 대한
근본적 고민도 해봅니다.
지리와 도시라는 주제는
결국 정착생활에 관한 것.
먹을 것을 찾아
곳곳을 떠돌던
오래 전의 생활양식에서는
불필요한 주제일 겁니다.
물론,
유목생활을 하는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모습은
잘 상상이 안 됩니다.
어쩌면 저 역시
정착생활을 해온 종족의
DNA를 갖고 있기에
유목생활을 상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탓일지도요.
어찌됐든 이야기란 결국,
누군가의 삶(시간)을 그린 것.
실제 사람이든,
창조된 존재이든,
그것은 변치 않는 본질입니다.
지리와 도시를 고민하다가
머리가 아파올 때면
인물의 삶으로 슬그머니
주제를 옮겨갑니다.
물론 그렇더라도...
어느새 돌고 돌다보면
다시 배경세계로 돌아오지만요.
지리와 도시, 인물의 삶.
이 세 가지 키워드에서
헤매는 생각이라니...
즐겁지만 피곤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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