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전환점이 될지도 모를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지금의 직장을 그만둘 준비를 하는 중인데... 나이가 좀 있다 보니 이젠 이직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하긴, 딱히 이직이 쉬웠던 적은 없습니다만.)
이직부터 창업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 읽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고도 진도가 더딘 이유입니다. 물론, 그 책의 페이지 수가 상당한 것도 한 몫합니다만... (밀리의 서재 전자책 기본 세팅으로 1,200페이지가 넘는다는...)
다 읽기까지는 앞으로도 한참 걸릴 것 같은 고로, 당분간 책을 읽다가 밑줄을 긋게 된 내용들을 가지고 토막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인포 덤핑이란 무엇인가?
책을 읽다가 눈에 띈 몇 가지 개념이 있는데, 인포 덤핑(info-dumping)도 그중 하나입니다. 흔히 '덤핑 세일'이라는 말을 쓸 때 들어가는 그 덤핑입니다. 사은품 등의 명분으로 쏟아붓듯 안겨주는 덤핑 제품처럼, 작품 속 세계 설정에 관한 정보를 마구 쏟아붓는 것을 말한다네요.
이 구절을 읽으며 딱 떠오른 단어, 바로 '설명충'이었습니다. 현실에서도 자신의 지식을 뽐내듯 구구절절 설명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붙는 말이죠. 작품을 쓰는 작가에게 설명충이라는 말이 붙는다면... 이야기 자체가 아닌 전지적 설명으로 전개를 대신한다는 뜻이 됩니다. 인포 덤핑과 같은 맥락이죠.
덤핑 제품은 솔직히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공짜로 준다니 그냥 받긴 하는데, 막상 가지고 집에 와보면 딱히 쓸 일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애당초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내팽개쳐두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이야기 속에서 덤핑처럼 주어진 정보 또한 마찬가지 포지션이 아닐까요.
인포 덤핑, 무조건 안 좋은 걸까?
이 책에서는 인포 덤핑이 나쁘게 서술되고 있습니다. 책을 쓴 저자가 어떤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읽는 입장에서 느끼기에는 그렇습니다. 아무튼,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즉, '인포 덤핑의 순기능은 없을까?'라는 의문입니다.
판타지 작품을 다양하게 접하려 애쓰고 있지만, 사실 생소한 장르나 낯선 설정은 선뜻 다가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새롭게 인지해야 할 것들이 많을수록 부담스러워진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독자로서 작가가 직접 제공해 주는 정보가 분명 도움이 됩니다. 저는 약간 중도 성향인 편인데... 독자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히려 정보가 너무 없으면 '불친절하다'라고 느껴 흥미를 붙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역시 과도한 것에 있다고 해야겠지요. '덤핑'이라 불릴 정도로 정보를 욱여넣듯 쏟아놓는 건 모로 봐도 절대 좋은 작법은 아닐 것입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제공된다면 오히려 전개를 따라가는 데 보탬이 될 길잡이나 윤활유 역할을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흥미를 반감시키는 장애 요소가 된다는 것입니다.
과유불급, 무엇이든 적당히!
참...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이래저래 자주 쓰이는 만고의 진리가 아닐까 합니다. 화이트 노이즈와 듣기 싫은 소음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애매한 경계를 갖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소리의 크기보다는 '일정한 패턴'의 존재 여부가 그것을 결정한다고도 하죠. (잘 모르는 분야라 여기까지만.)
아무튼, 작가가 정보를 주는 행위 자체는 분명 필요한 행위입니다. 일부러 하드코어를 지향한 작품이 아닌 이상 말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줘야 잘 줬다고 소문이 날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을 내려고 생각을 정리해 보니, 역시 인포 덤핑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치 있는 물건, 유용한 물건을 많이 얹어준다면 덤핑은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받아온 물건들은 기분을 좋게 하는 건 물론, 두고두고 어떻게든 쓰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합니다. 덤핑이라는 말에 휘둘릴 게 아니라, 독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주어야 한다는 것! ...... 뻔한 원론이긴 하지만, 단어가 주는 뉘앙스에 매몰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괜찮은 성과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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