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중세 판타지를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그것도 절대적인 건 아니고요. 현대 판타지나 SF에 비해 더 좋아하는 정도입니다. 구성 측면에서는 정통보다는 퓨전을 좀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정통 판타지는 웅장한 맛은 있지만 뭔가 정해진 규칙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답답함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냥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개인 취향 고백(?)을 마쳤으니, 처음 이야기했던 중세 판타지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중세 판타지도 어떤 면에서는 정통 판타지의 틀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제국이니 왕국이니 하는 국가 구조부터, 공작과 백작, 남작과 같은 귀족 작위, 단골처럼 등장하는 종교 국가, 마탑, 소드마스터 같은 것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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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다양한 재해석과 퓨전 시도가 접목하면서 지금은 꽤 많은 볼거리가 생겨났습니다. (웹소설과 웹툰이라는 시스템 덕분도 있긴 하지만 그건 논외로 해두겠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을 덧대자면, "판타지의 공식"을 비틀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런 작품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정통 판타지는 이미 탄탄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굳이 그 분들의 세계에 뒤늦게 발을 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만든 세계는 제 마음대로 규칙을 정하고 싶은 독재자적인(?) 마인드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작가로서 정당한 욕심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따라야 할 규칙이 있는 세계에서는 그 규칙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결론은?
"로마법을 따르기 싫으면 로마에 안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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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썼던 글에서 요즘 챗GPT와 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이 녀석에게 판타지의 장르적 특성(공식)에 대해 물어봤더니, 대충 이런 답을 내놓더군요.
마법/마법사, 용과 요정, 기사와 중세적 군사 시스템, 종교와 신화, 형편없는 생활 환경, 국가간 갈등과 정치적 소동, 전통적인 무기와 방어구
뭐, 일부는 굳이 판타지가 아니어도 흔히 등장하는 요소이긴 하지만... 아무튼 인공지능 님하가 분석한(?) 판타지 장르의 공식은 이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바꿔 말하면, 저기 언급된 요소들만 비트는 데 성공해도 공식을 뛰어넘는 작품괴작이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원래도 마이너한 기질이 다분한 성격이었습니다만... 나이가 드니 공식이나 규칙이라는 단어에 더 거부감이 생기는 듯합니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도 공식을 최대한 벗어나는 방향으로 힘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일 신경 쓰이는 건 클리셰입니다. 따지고 보면 클리셰도 공식에 해당하니 최선을 다해 피해야겠습니다만... 보고 듣고 읽은 것 중 클리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참 어려운 일이더군요.
별 수 있나요. 그렇다고 다른 작품을 안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애써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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