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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Room _ 창작 작업

[E.Fic.S] 사상의 차이, 그와 그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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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Pixabay - thought direction

[E-glo's Fictional Story]

사회/체제

- 1 -

변화를 꿈꾸는 이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그 꿈을 이룬 이들도, 그렇지 못한 이들도 언제나 있어왔다.

저마다 타고난 기질에, 저마다의 경험과 깨달음이 더해지기에,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방향과 속도로 변화를 추구한다.
이를 가리켜 '사상(思想)'이라 말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그저 생각의 차이 정도로 받아들이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목숨까지 걸어야 할 만큼 중대한 것이 되기도 하는 것.

'같은 것'이 되기에 참으로 어려운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비극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변한다.
누구나 그렇듯, 언제나 그렇듯.

다만 그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따금씩 서로 얽히기도, 부딪히기도 한다.
흔히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살다보면 씁쓸하고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가능하다면 서로의 마음을 바꾸고 싶어지는, 그런 경우.

"…… 무슨 생각 해?"
"글쎄. 아마 너와 같은 생각?"

무미건조한 남자의 대답에 여자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고민이나 망설임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말투.

그래,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
아무런 미련이 없는 듯 보이는 태도가 조금 서운했다가도,
함께 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여긴 뭐하러 온 거야? 위험하게."

이거 봐-
아닌 척 해놓고 금세 나를 걱정해주잖아-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쿡쿡 웃었다.

"수배령 말하는 거지?
걱정 마. 다 알고 온 거니까.
만나야 할 사람이 얼~마나 높은 분이신데.
안 그래?"
"……"

남자는 방금 뱉은 말을 후회한다.
'뭐하러 왔냐'는, 참 의미없는 질문.
그녀가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이유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원하는 답을 줄 수 없는 이유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토벌령… 공식 발표됐다면서?"
"…… 응."
"그럼 너도… 움직이는 거야?"
"그렇겠지."
"그래, 그렇구나."

여자는 하늘을 올려다 본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자도 같은 곳을 바라본다.
어두컴컴한 배경에 반짝이는 점들이,
오늘따라 유독 찬란하게 보이는 건… 그냥 기분 탓인 걸까.

"이만 가야겠다."
"…… 벌써 가?"
"어머, 위험하게 뭐하러 왔냐고 물어본 건 어디의 누구셨더라?"
"……"
"그냥, 한 번 보고 싶었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마지막'이라니…
재수 없으니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여느 때처럼 가벼운 농담 조로 대꾸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거의 끝까지 올라온 그 말을, 끝내 할 수 없었다.

"도망 가. 지금 바로 가면 안 늦어."
"……"

여자는 대답없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시선의 의미를 남자는 곧 알아차렸다.

그가 지금 이 곳에서 서 있는 이유.
그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는 이유.
그래.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너 역시 나와 같은 이유였구나.

"역시, 너라면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어."
"저기, 있잖아. 나는… 나는 말야……"
"이만 갈게. 또 보자. 그럴 수 있다면."

여자는 담장을 뛰어넘었다.
목에 걸린 듯 꺼내지 못하는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은 채로.

풀밭을 달려가는 발소리.
남자는 재빨리 담장을 따라 넘었다.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가는 뒷모습.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에야,
끝내 꺼내지 못한 말을 뱉어낸다.

"함께 하고 싶었어. 예전에도, 지금도.
…… 다음에 만나면, 꼭 그렇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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