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Room _ 창작 작업/스토리텔링

[생각] 권력자는 어떻게 타락하는가 - (2) 권력의 부여

이글로 2025. 5. 5. 21:29
728x90
반응형

앞선 글에서 권력의 원천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서 보았다. 강제적 권력과 자발적 권력. 그리고 권력이 만들어질 수 있는 원천으로 물리적인 능력(ex 힘 등)과 추상적인 능력(ex 정보 등)을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누군가에게 권력이 주어지는 과정에 대해 생각을 풀어볼까 한다.

 

누가, 왜, 어떻게, 누구에게 권력을 쥐어주는가?

 

 

이번 글에서는 가급적이면 '권력을 가진 자'가 아닌 '권력을 주는 자'들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권력을 가진 자의 관점은 이미 이야기에서 익히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기가 어렵다.

둘째. 나 스스로가 권력을 가진 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을 정확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권력을 주는 입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쩌면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건질 게 없을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스토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보통 어떤 식으로든 권력 또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혀 쓸모없는 이야기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무릇 스토리에는 직접 서술되지는 않더라도 여러 가지 맥락이 등장한다. 즉, 스토리에 직접 언급되지는 않더라도, 하다못해 배경 설정, 인물/캐릭터 설정에라도 쓸모가 있는 이야기가 될 거라 믿는다.

 

더 큰 힘의 필요성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본다. 권력이라는 개념이 본래부터 인간에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인 단위는 당연한 이야기고, 가족 단위에서도 굳이 권력이라 부를 만큼 거창한 힘이 필요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권력은 분명 어떤 필요성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가장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이유는 '더 큰 집단을 이루게 되면서, 더 큰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다. 

 

누군가 큰 집단을 이루기 시작했다면, 그보다 작은 주위의 집단들을 억압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통제하기 위해서, 반대로 다른 집단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더 큰 힘을 필요로 할 수 있다.

 

큰 힘은 그에 합당한 통제 수단이 필요하다. 힘과 힘의 충돌에서 '머릿수'는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단순히 머릿수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적절한 통제 수단이 있을 경우, 머릿수가 다소 부족해도 이길 가능성이 있다.

 

이때 '통제 수단'이라는 것이 권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럿이 모인 힘을 어느 곳에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 이런 문제들을 결정하는 힘은 어떤 이유에서든 결국 소수의 사람들에게 모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집단과의 싸움에서 탁월한 전투 능력을 보여준 사람, 또는 기발한 작전을 세워 승리에 기여한 사람 등 어떠한 이유로든 두각을 나타낸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의존도'가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때부터 이미 '권력의 획득'이 시작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잘 싸우는 사람, 못 싸우는 사람은 나뉘게 마련이고, 이런 경우 당연히 권력은 잘 싸우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 출처 : Bing Image Creator

 

역할 분담의 필요성

'모두가 평등하다'라는 의식이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내재돼 있었을까? 혹은 '모든 사람은 다르고, 저마다 잘할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다'라는 당연한 사실을 선천적으로 알고 있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NO"일 거라고 생각한다.

 

많이 양보해서, 처음에는 집단의 구성원들끼리 평등한 입장에서 의논과 합의를 통해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단이 커지면 커질수록, 한계는 뚜렷해진다. 모든 사람이 모든 영역에 동일하게 관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어느 한 영역에서 해야 할 일만 해도 벅차질 테니까.

 

이렇게 되면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해당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보다 전문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특정 분야에서 모든 사람의 영향력이 동등해질 수 없다. 이 또한 '권력의 획득'이라 할 수 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서, 집단 전체적으로 거두어들인 생산물을 관리하는 일, 그 생산물을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일만 해도 어느 정도 이상 규모가 커지면 분업이 필요해진다. 모든 사람이 생산물 관리도 하면서 분배에까지 관여할 수는 없을 테니까.

 

싸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집단의 전투 능력을 끌어올리는 일을 맡을 수 있다. 또 누군가는 집단이 사용할 무기를 만들고 수리하는 일을 맡을 수 있다. 모두가 훈련을 하면서 각자 자기 무기를 스스로 만들고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분업을 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각각 '더 많이 하는 일'이 정해지면, 그 분야에서의 지식과 노하우가 쌓인다.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다른 사람에 비해 훨씬 우수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를 '전문화'라 한다. 전문화에 따른 권력의 획득, 전문화로 인한 권력의 분산. 이는 집단이 커지면서 당연히 밟을 수밖에 없는 수순이다.

꼭 '물리적 힘'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권력은 이런 과정을 밟게 되지 않을까 싶다 / 출처 : Napkin AI

 

 

더 큰 목표 달성의 필요성

앞서 말한 권력은 지난 글에서 다뤘던 각 분야별 '오피니언 리더'에 걸맞는 내용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가장 직관적인 의미의 (정치적)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처음 거대한 집단이 이루어진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집단의 공격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합리적 추론'일 뿐, 실제 그랬을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하지만 커다란 집단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큰 힘을 갖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전투력일 수도 있지만, 바꿔 말하면 '노동력'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노동력은 보통 가족이나 씨족 단위에서 할 수 없는 큰 일도 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마을을 가로지르는 큼직한 수로를 만드는 일,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할 커다란 공용 창고를 만드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이 대목에서 질문을 던진다. "큰 노동력이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당연히 아니다. 어떤 공사를 먼저 할 것인가. 어떤 공사에 어느 정도의 노동력을 배치할 것인가. 공사 위치는 어디로 할 것인가. 등등.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결정'을 필요로 하는 문제들은 차고 넘친다.

 

결국 이 과정에도 '권력'이 필요해진다. 누군가 총대를 메고 결정을 주도해야 한다. 그냥 하라고 하면 원활하지 않으니, '보상'을 제시한다. 그 중 한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지위'다. "당신의 명령에 따를테니 이 일을 책임지고 맡아달라"라는 식의 합의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누구는 일하고 누구는 감독하고... / 출처 : Bing Image Creator

 

강제적 권력에서도 똑같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들은 '자발적 권력의 획득'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다. 가급적이면 불가피한 필요성에 의해, 가급적이면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권력이 만들어지고 주어지는 과정을 이야기한 것이다.

 

하지만, 형식과 절차가 다를 뿐 '강제적 권력의 획득' 또한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내가 더 힘이 세니 내 말을 따르라"고 하든지, "내가 더 머리가 좋으니 내 말대로 하면 손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강제적으로 권력을 요구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역할의 분담이 이루어질 때도, 이미 힘을 가지고 있는 이가 나서서 "너는 이걸 하고, 너는 저걸 해라"라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해버릴 수 있다. 더 큰 목표를 달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여기까지가 '권력을 쥐는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다. 사람들이 왜 다른 누군가에게 권력을 쥐어주게 되는지, 그 속내를 나름대로 추측해본 것이다. 혼자만의 상상으로 풀어낸 것이기에 보다 넓은 관점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쉽지만.

 

현대사회는 민주주의라는 기치 아래 선거 제도, 행정 및 사법 제도와 같은 세밀하게 짜여진 시스템에 근거해 굴러간다. 이러한 시스템도 근본을 거슬러 올라가면 위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내가 그 설명을 해내기엔 훨씬 더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원래 순서대로라면 다음에는 '권력의 타락'으로 이어져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글을 써보니 생각을 좀 더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