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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탐구] 사표 내고 이계에서 힐링합니다 (2)

이글로 2025. 4. 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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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렸던 '셀프 반성'에 이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표 힐링>의 캐릭터 탐구를 이어가 본다. 썩 만족스러운 방식이 아니라고 스스로 극딜(?)을 넣었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지금 방식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가보려고 한다. 꽤 즐겁게 보고 있는 힐링 작품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고.
 
두 번째 인물은 아무래도 대놓고 히로인인 '하이엔 실버우드'가 돼야 할 것 같다. 이미 성격 면에서 이수와 다르게 두드러지는 부분들이 꽤 있다 보니... 이야기를 다른 패턴으로 풀기에도 적합할 것 같다.
 

하이엔 실버우드

외향성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잘 받아들이는가? - Little

라우도렌에서 처음 이수와 만나기 전부터, 하이엔의 성격은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었다. 타인을 만나기를 꺼리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하이엔의 본래 성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수와 만난 후의 하이엔은 그렇게까지 내성적인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이 부분은 하이엔이 하프엘프라는 배경과 연관지을 수 있다. 에르마니아에서 엘프는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이유로 높은 지위를 보장받지만, 그로 인해 황궁의 통제를 받는다. 본래 공작가의 핏줄인 하이엔은 황궁의 눈길을 피해 신분을 숨기고 라우도렌에서 조용히 지내고자 했다. 게다가 숨어 사는 입장이다보니, 여러 모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삶의 방식은 인간을 바꾼다. 이런 삶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본래 안 그랬던 사람도 성격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즉, 하이엔의 본성은 어느 정도 외향성과 내향성이 균형을 갖추고 있었을지라도, 숨어지내는 시간을 보내며 조심성이 많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혼자 다니거나 생각하는 일이 많은가? - YES

이수와 만나 함께 에르마니아 시티를 다녀오고, 이수에게 주어진 영지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전반을 살펴봐도, 특별히 하이엔이 '외향적'이라는 근거는 드러나지 않는다. 홀로 산책을 하거나 거처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모습도 자주 그려진다.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는 편안한 모습을 보이지만, 스스로 누군가를 찾아나서는 모습은 자주 보이지 않는다. 중간 정도의 외향성에 살짝 더 내향성으로 치우친 사람의 모습이랄까.

 

이 부분은 이후에 제이스로제, 레이나를 만날 때, 다른 엘프 법사들을 만날 때도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활짝 열려 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적당한 수준의 외향성이라 할 수 있겠다.

30년이면 원래 안 그랬던 성격도 변할 수밖에... / 출처 : <사표 힐링> 17화 캡처

 

친화성

언행이 완곡하고 부드러운 편인가? - No

하이엔은 천성적으로 '친절하다'라고 말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다. 툭툭 뱉는 화법을 구사할 때가 많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많다. 종족, 신분, 사회적 지위, 성장 환경 등이 모두 조화를 이룬(?)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빵의 마법사' 이수 앞에서는 종종 귀여워지기도.)

 

네, 빵 좋아하신답니다 / 출처 : <사표 힐링> 18화 캡처


그래도, 하이엔은 이수를 만나고 그와 점점 친해지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꼭꼭 감춰두었던 친화성도 그렇게 끄집어내는 쪽으로 '성장'하는 것이 이 작품의 주요 스토리라인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러고 보면 힐링하러 이계로 넘어온 건 이수지만, 하이엔 역시 그를 통해 힐링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가? - YES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따지면 친화성과 거리가 먼 인물 같지만, 실제로 하이엔은 속이 깊고 따뜻한 성품을 지닌 인물로 보인다. 숨어지내야 하는 처지임에도, 라우도렌 마을에 불이 나자 그것을 끄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으니까. 다만, 그것을 온전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는 사회적 위치로 인한 문제다. 이 작품에서 '법사'들은 국가의 재산처럼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당장 작품 내에서 "에르마니아는 물이 아주 풍족한 곳은 아니라서 마법으로 물을 끌어온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만 해도 물을 다룰 수 있는 법사로서 하이엔이 상당히 난감한 포지션일 수밖에 없다는 근거가 된다.

 

둘째는 내 추측인데, 아마 표현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숨어 지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환경, 함께 살던 유모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아픔 등이 겹치며 마음의 빗장을 걸어버린 느낌을 전해준다.

 

유모가 직접 성격 인증(?)해드림 / 출처 : <사표 힐링> 17화 캡처
표정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어쩔티비 / 출처 : <사표 힐링> 17화 캡처

 

성실성

정해진 목표가 있고, 그것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가? - Little
하이엔이라는 인물의 '목표'가 거창하게 제시된 적이 있었나? 글쎄... 목표를 언급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품 속 하이엔의 모습은 딱히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느낌은 아니다. 목표라기보다는 '꿈'이나 '소망' 같은 느낌으로 행동한달까.

하이엔의 가장 큰 소망이라면, 엘프족들이 황제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스케일이 너무 큰 일이다. '목표'라는 단어보다 '소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다. 목표를 향한 하이엔의 열망이 약한 것이 아니다. 다만 '성실하다'라고 할 수 있는 단서가 마땅치는 않다.

이야기 중간중간마다 하이엔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요소들이 등장하는 것은 맞다. 다만 그것이 하이엔의 계획성이나 책임감, 목표의식 같은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가만히 지켜보면 진중하고 묵직한 모습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그로부터 신뢰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 외에 대해서는 명확히 판단하기가 어렵다.

 

신경성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편인가? - YES

'살갑지 않다'라는 성격과 함께 맞물려서, 하이엔은 상당히 신경질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물론, 장난 같은 상황에서 핀잔을 주는 모습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감정이 쉽게 드러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작품 초반부에는 30년 동안 곁을 지켜줬다던 유모 마사가 숨을 거둘 때, 하이엔이 무덤덤하게 임종을 지키던 모습이 나온다. 이 장면을 보면 다소 감정이 메마른 성격이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아마 그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감정을 추슬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후에 라우도렌을 아주 떠날 때는 마사의 무덤에서 눈시울을 붉히심)

 

감자 꽃을 왜 꺾느냐며 바로 그켬 표정.. / 출처 : <사표 힐링> 18화 캡처

 

 

감정에 치우친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는가? - YES

사실 이 부분은 매우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고 내린 판단임을 인정한다. 바로 하이엔이 마사와 함께 공작가를 떠나는 장면이다. 물론 그 전에도 하이엔은 여러 차례 감정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한다. "저 여자(마사) 치워버리고 진짜 엄마를 데려오란 말이야!"라는 매우 귀족 아가씨스러운(?) 대사를 뱉는 장면도 나오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은 상당히 압축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하이엔은 공작가를 '지옥'이라고 표현하며 마사 덕분에 벗어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목걸이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할 뻔한 마사와 함께 도망을 선택한 것을, 하이엔 스스로는 매우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는 상당히 많은 감정이 녹아들어있다.

 

개방성

낯선 것, 새로운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이는가? - Little

본래 하이엔의 성격을 생각하면, 친화성과 마찬가지로 개방성 역시 그리 높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수를 까칠하게 대했던 시간이 꽤 길기도 했고, 나중에 마사의 무덤에서 혼잣말 하는 내용으로 미루어보면 '미친 사람인 줄 알았다'라고 극딜(?)을 하기도 한다. (당사자가 못 들었으니 극딜은 아닌가...)

 

라우도렌에 숨어 지내던 시기만 해도 마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은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당연히 외부에 노출되면 곤란한 상황이었으니 그랬을 수 있지만, 이 부분도 개방성이 높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대목이라 생각된다.

 

한편, 마사가 죽고 난 뒤에는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이수를 따라 마을을 떠나기로 결정하는 것부터, 이수가 받게 된 영지 근처에서 '엘포네'(엘프들의 마력을 보충해주는 성소)를 발견한 뒤 그곳에 눌러살겠다고 다짐하는 것 역시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뭐... 작품의 스토리라인을 보면 엘포네는 그저 핑계인 것 같긴 하지만.

 

이외에 다른 질문을 던져보지 않아도, 하이엔의 개방성은 대체로 그저그런 수준이라 보는 것이 타당해보인다.

 

스토리 전개상 엘포네는 이수와 가까운 곳에 있기 위한 핑계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 출처 : <사표 힐링> 75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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