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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Room _ 창작 작업

[설정] 판타지 세계 창조,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 지도, 생태계, 기초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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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를 발견할 때면, 오래 전 만들다 만 판타지 세계가 발견될 때가 있다. 생각이 무르익기도 전에 시도했던 조잡함이 엿보이지만, 그때 마저 완성했다면 그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끝없는 상상의 연속이다. 상상력을 한껏 발휘할 기회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극한의 '지적 노동'에 해당하는 일이기도 하다. 힘들고 피곤하지만... 한편으로 즐겁고 보람차다. 절대 놓고 싶지 않은, 평생 지고 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언제고 다시 세계 창조의 고행(?)을 감내하기 위해, 나름의 이정표가 될 글들을 쌓아가고 있다. 오늘은 '세계 창조,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끄적여볼까 한다.

세계의 시작 1. 지도

가장 최근에 시도했던 작품은 지도부터 시작했었다. 판타지 세계속 사람들이 우리가 지도 앱을 보듯 지도를 들여다보며 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를 써야 하는 내 입장에서 필요한 일이었다.

보통의 이야기는 지역과 지역을 오가며 진행된다. 어떤 마을이나 도시 사이를 이동하기도 하고, 국가와 국가의 경계를 넘어가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특정한 기후나 지형을 통과하기도 한다.

대략적으로 그리고 싶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배경이 될 지도를 그리는 것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작업을 어떤 단계부터 시작할 것인가다.

가장 간단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특성을 가져오는 것이다. SF가 아닌 이상 우주 단위로 나갈 일은 거의 없으니, 대개 하나의 행성 안에서 이야기가 전개될 테니까. (순간 우주를 넘나드는 판타지 작품 <쿠X라>가 떠올랐지만... 일단 쉿)  

하나의 행성으로 공간을 한정짓기만 해도 많은 것이 편해진다. '기후'라는 난해한 분야에서 많은 것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사실 어차피 상상으로 만드는 세계에서 기후의 현실성이 무슨 상관이냐 싶기도 하지만... 기왕이면 현실감 있게, 그럴 듯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최근에는 지도를 랜덤으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마음에 드는 모양이 나올 때까지 돌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나마 몇 개 쓸만하다 싶은 것을 저장해뒀는데, 나중에 그걸 가지고 직접 변형을 해볼 예정이다.

이 작업을 하다가 어딘가에서 팁을 하나 얻었다. 실제 세계지도에서 특정 대륙이나 국가의 지도만 따온 다음, 그것을 확대하거나 뒤집거나 하는 식으로 전체 지도를 만드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뉴질랜드의 북섬과 남섬을 확대해서 북대륙과 남대륙으로 쪼개는 방법이다.

현재까지 봤던 방법들 중 가장 구체적이면서 솔깃한 방법이었다. 실제로 하나 진행해보게 되면 좀 더 확실하게 할 말이 생기지 않을까.

세계의 시작 2. 자연과 생태계

침대 옆에 놓여있는 창작 노트에는 그리다 만 지도와 함께 지형을 나누던 흔적이 남아있다. 가장 단순하게, 북부는 추운 지역, 중부는 온화한 지역, 남부는 더운 지역이다. 실제 지구의 북반구를 그대로 따온 구성이다. (아마 너무 뻔해서 그리다 흥미를 잃은 게 아닐까 싶다.)

나는 독창적인 세계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완전히 새로운 독창성을 그리기엔 한계가 있겠지만, 적어도 누군가 쉬이 기억해줄만한 특이점 하나쯤은 갖고 있는 세계였으면 한다. 그래서 이렇게 쓰레기(?)만 늘리고 있다.

아무튼, 그런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 지리가 중요하다.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는 꽤 많은데, 도무지 하나로 연결되지가 않아서 문제다. 산, 바다, 강, 호수, 숲은 물론, 특정 종족만 지나다닐 수 있는 특수 지형에 대한 잡생각도 많다. 이런 자연 지형을 어떻게 배치해야 최적의 환경이 나올지 고민이다.

어떤 종족은 높은 고산지대에 산다. 그런가 하면 어떤 종족은 독성 기체가 가득한 환경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이런 식으로 특정 종족만을 위한 거주지역을 설정하는 쪽으로 머리를 굴려보고 있다.

자연 지형은 다양한 스토리라인을 그릴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 하나의 세계에서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엮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인지,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인간을 비롯한 지능종부터, 몬스터와 동식물 생태계까지 만들어야 하니... 감당하기 힘든 스케일에 자꾸 주저앉아버리는 것일지도.

지리 설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면 독자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지만... 그러기 전에 매뉴얼(?)을 만들어놓으면 되지 않을까. 그거야 하다보면 어떻게든 방법이 나오겠지...

세계의 시작 3. 기초 문명

게임업계에 잠시 몸담았던 시절, 스팀펑크(Steampunk), 사이버펑크(Cyberpunk)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었다. 게임은 좋아했지만 그 이면에 있던 지식은 전무했던 시절이었다.

이런 식으로 우리 역사의 특정 시점에 존재했던 문명이나 기술적 기반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쩌면 이것이 지도나 자연 환경보다 더 선행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세 판타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검과 마법으로 단단하게 구축된 세계는 많은 부분에서 편리한 것이 사실이다. 이미 존재하는 레퍼런스가 많기 때문에, 그것들을 가져다 변형하는 편이 훨씬 수월할 테니까.

다만... 내 마음이 중세 판타지를 거부한다. 여전히 남이 쓴 중세 판타지 작품은 편식 없이 즐긴다. 아는 것이 제법 많은 만큼 나름 비판해가며 읽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지는 않다.

기왕이면 세부적인 것 하나라도 나름의 고민을 담아내고 싶은 거대한 욕심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그렇다고 청동기나 철기로 회귀할 수는 없으니, 중세보다는 진보된 시기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

스팀펑크와 사이버펑크가 계속 뇌리에 맴도는 이유도 그것이다. 왠지 저들이 나에게 어떤 영감을 줄 것 같아서다.

어떤 선택을 하든 아쉬움은 남을 것이다. 다루지 못하는 부분이 생길 테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은 다음 작품을 기약하면 될 테니, 우선은 하나라도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다. 일단 오늘은 이 포스팅을 다 쓰고 나면 스팀펑크에 관해 검색이라도 돌려봐야겠다.

이미지 출처 : 프리픽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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