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이어, '제국'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나온 국가는 튀르키예였다. (아직도 터키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튀르키예는 과거 '오스만 제국'의 후신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영토 일부가 겹친다는 이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 당시의 민족들이 대를 이은 실질적 후예라는 이야기다.
다만, 오스만 제국 자체가 다민족 국가였기 때문에 특정 민족의 혈통적 후예라고는 볼 수 없다. 튀르크족을 비롯해 오스만 제국의 주요 민족이었던 다민족이 특별한 민족적 이동 사건 없이 그 자리에 정착해 살아왔기에 사실상 후예로 보는 것이다.
아무튼 그 덕분인지, 튀르키예 정치 체제에는 여전히 제국으로서의 전통이 남아있다고 한다. 즉, 과거 제국의 정치 체제와 현대 정치 체제가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내부 사정을 알 수 없으니 검색 결과에만 의존한다면 이 정도 표현이 최선일 것이다.
오스만 제국은 한때 동서양을 아우르는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현재의 정치 구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거라 봐야 한다. 문화적 뿌리와 흔적이란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
현대 튀르키예의 정치 구조와 체제는 어떨까? 그 옛날 오스만 제국 시절의 느낌이 남아있을까? 창작 세계 속 '제국' 디자인에 참고할 수 있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 내용을 정리해둔다.
튀르키예 공화국 - 대통령의 권한
튀르키예 역시 제국의 형태를 염두에 두고 조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을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현재 정권을 쥐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4년 취임해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본래 튀르키예는 공화국 건국으로서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의원내각제 중심의 국가였다. 대통령도 의원간선제로 선출해왔다. 쉽게 말해, 대통령은 입헌군주국과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국가 대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취임 후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 당선되면서 권력을 대폭 확대했다.
이로써 대통령은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행정부의 모든 기능을 관장하게 됐으며, 법률 제정과 정책 수립에 있어서도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하게 됐다. 아마 제국적 성향을 키워드로 검색하던 과정에서 튀르키예가 등장한 것은, 에르도안 정부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조를 과거 오스만 제국의 통치 방식과 비교해볼 수 있겠다. 사실 오스만 제국이 아니더라도, 중앙집권적 성향을 가진 국가들은 대개 비슷하긴 하지만. 아무튼 대통령이라는 국가 원수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것은 정치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권력의 일점집중이라는 제국적 특성을 반영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는, 국가 체제를 바꾸는 개헌을 추진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그것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매우 최근에 일어난 사례로, 주의깊게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튀르키예 공화국 - 중앙정부와 지방의 관계
튀르키예 중앙정부는 지방에 대해 강력하게 간섭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튀르키예 역시 러시아처럼 제국적 특성을 어느 정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앙정부가 지방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유지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지방의 의견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대략적인 검색 결과다.
과거 오스만 제국 시절에도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된 통치 방식을 채택해왔으므로 딱히 이상하게 볼 일은 아니다. 다만 현대의 사회적 트렌드가 지방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고, 대강 듣기로 튀르키예는 그 트렌드에 부합하는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이 부분은 좀 새롭게 다가온다.
지방 자치권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것은 맞지만, 실질적 권한은 중앙정부에 의해 제한되는 구조라고 한다. 뭐... 이런 거야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이니 그리 특별할 것은 없다.
아마 튀르키예 자체가 영토도 꽤 넓은 편이고, 기본적으로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민족과 지역을 통합하기 위한 정책이지 않을까 싶다. 민족과 지역을 자유롭게 풀어둘 경우, 지역색이 너무 강해져 한 국가로서의 통합의식이 약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미국은 잘 살고 있는 거 같지만 거기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
각 지역의 특성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발현되도록 하는 대신, 중앙의 정책에 따라 조정되는 경향.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중앙정부의 통제는 제국적 통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중앙집권적 통치를 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제국적 통치라고 볼 수는 없다. 왕국 중에도 그런 사례는 꽤 많으니까. 제국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소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
튀르키예 공화국 - 민족적 다양성 관리 방안
튀르키예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국가다. 이런 국가들은 어김없이 민족적 다양성 관리가 중요한 정치적 과제가 된다.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각 민족에 대해 어느 정도 자율성을 인정해왔다고 하는데, 현대에는 오히려 '튀르키예 민족주의'가 강조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튀르키예에는 쿠르드족과 같은 소수 민족들이 있다. 본래 민족이란 자신들만의 문화나 관습 등의 정체성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자치권을 부여하고는 있지만, 울타리 안에 두려는 조치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의 통제가 강한 통치 방식, '튀르키예'라는 이름 아래 강조하는 민족적 동질성이 바로 그 울타리다. 이것이 별개의 영역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관습을 따르면서 그 외의 것은 국가 공통의 것을 따라가면 되니까.
하지만 언제 세상이 그리 좋을 대로만 되던가. 민족 고유의 관습과 국가 차원의 문화가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은 너무 높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들이 부각되기도 하며, 제국적 특성이 여전히 정치적 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각난 김에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다민족으로 구성된 제국에서, 민족 고유의 정체성을 보존해주면서도 제국민으로서의 동질감을 형성하기 위한 '공식'이 있을까? 모든 민족에게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과 같은 방법이 있을까?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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