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에 걸쳐 세계 각국의 정치 구조를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살면서 들어봤던 나라들을 돌아가면서 살펴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좀 쓰다보니 딱히 눈에 띌 만큼 특별한 체제가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창작에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였으니까.
그래서 당분간은 방향을 좀 바꿔보려고 한다. 개별 국가의 정치 구조를 보는 대신, 인근에 위치해 있다거나 비슷한 체제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을 묶어서 비교하는 방법을 진행해볼 예정이다. 이후에도 해볼 작업이 많지만, 정치 구조와 체제에 대한 이야기를 매듭지어야만 다음 진도를 나가는 게 의미가 있을 테니까.
우선은 '눈여겨볼 만한 정치 구조를 가진 국가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정치 구조란 본래 각 국가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는 법이다. 대상 국가는 총 넷. 바티칸, 부룬디, 베네수엘라, 시리아다.
눈여겨볼 정치 구조 - 1. 바티칸
바티칸은 공식적으로 "시국"이라 불린다. 보통 도시국가라고 해도 정식 명칭에 시국이 붙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도시국가의 사례가 싱가포르 공화국과 모나코 공국이다. 이들은 하나의 도시로 이루어진 국가지만 명칭에 시국을 쓰지는 않는다.
바티칸이 시국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것은 지리적 특수성을 이유로 봐야 할 것이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바티칸 시국은 이탈리아 영토 내에 있다. 어느 한 쪽이 호수나 해안가에 접해 있다거나 산맥으로 막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덩그러니(?) 영토 내에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탈리아와 관계를 정립해 독립된 국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즉, 지리적 구조상으로 보면 독립적으로 외부와 교류할 수 없는 조건이다. 바다에 접해있지 않으니 육로와 항공 밖에 없는데, 이들 모두 이탈리아의 영역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 즉, 독립권이 합의되지 않았다면 자생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종교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바티칸 시국은 가톨릭교의 성지 같은 곳이다. 물론 이슬람에서 말하는 성지와는 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가톨릭 최고 권위자인 교황이 있는 곳이기에 그렇다.
아무튼, 바티칸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 국가로, 교황에 의한 절대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다. 이 부분은 보기에 따라 조금 특이할 수 있는데, '정치적 수장'이 종교 권한을 함께 갖는 것과 '종교 지도자'가 정치적 권한을 함께 갖는 것의 미묘한 차이일 것이다.
현재 바티칸은 종교와 정치가 완전히 융합된 형태로, 교황의 종교적 권위가 정치적 권한과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바티칸의 정치적 결정은 종교적 가치와 교리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가톨릭교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눈여겨볼 정치 구조 - 2. 부룬디
부룬디는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내륙국으로, 정치 구조는 다당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정치 구조가 아닌가 싶다.
특이점은 종교에 있다. 종교가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특이한 점은 아니지만, 부룬디의 경우 기독교가 주요 종교라는 것에서 차이가 난다. 보통 '기독교'라고 하면 '교회'를 떠올리지만, 엄밀히 말해 기독교는 가톨릭교과 개신교를 포괄하는 말이다. 즉, 부룬디에는 두 종교가 모두 주요 세력으로 존재한다.
이 때문에 부룬디에서는 종교가 정치적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각 종교 지도자들은 주요 세력의 수장이기도 한 만큼 정치적 과정에 적극 참여한다. 다당제이므로 사안에 따라 정치적 중재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종교에 대한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점은 다소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종교란 기본적으로 '믿음'의 영역이다. 더 나아가면 가치관과 신념의 영역일 수도 있다. 즉, 일반적으로 종교가 다르면 공존까지는 가능할지언정 협상이나 협력은 어려울 거라는 게 평소 생각이었다. 그런 점에서 신기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물론 자신들의 종교와 관련이 있는 정치적 사안이라면 갈등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본다. 종교적 대립은 무척 첨예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입장이라, 부룬디의 정치 체제는 다소 특이하다는 인상을 지우지가 힘들다.
눈여겨볼 정치 구조 - 3.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현재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기본적으로는 대통령제를 기반으로 한 정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샤비즘'이라는 정치 운동이 종교적 요소와 결합하여 나타났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부는 사회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종교적 상징과 언어를 사용해 지지 기반을 넓혔다. 이로써 정치와 종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잡한 양상을 만들어낸다. 지지 기반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종교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에, 현재 베네수엘라의 정치는 종교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정치 지도자가 종교 지도자를 겸하거나, 종교 지도자가 정치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다. 물론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도 다른 독특한 특징이다. 종교 지도자들이 나서서 정부 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종교 지도자들이 정치권에 직책을 갖고 있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디테일의 차이일 수 있겠지만, 베네수엘라의 정치 구조에서는 '정치와 종교의 미묘한 공립'이라는 프레임을 캐치해 응용할 수 있겠다.
눈여겨볼 정치 구조 - 4. 시리아
시리아 역시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가진 나라다. 음... 어째 쓰다보니 '정치적 특이성'이 아니라 '정치적 복잡성'이 주제가 돼 버린 것 같다. 아무튼 시리아는, 권위주의가 드러나는 정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권력을 쥐고 있으며, 종교적으로 소수에 해당하는 '알라위파'가 정치적 권력을 차지하고 있다. 알라위파는 이슬람교 거대 분파 중 하나인 시아파에서 갈라져 나온 종파다. 시아파 자체가 이슬람교 전체에서 약 10~15%로 비중이 적은 편인데, 그 안에서도 비중이 크지 않은 종파다.
즉, 종교적 소수 집단이 지배하는 구조로,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는 다른 국가들을 통틀어 봐도 상당히 다른 점이다. 다른 나라 사정에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으니 "그렇구나"라고 생각할 뿐이지만, 이런 구조가 정치적 결정을 주도한다면 좀 복잡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종교를 떠나서 그냥 단순하게, '소수집단'이 정치적 결정을 주도한다고 생각해보자.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다수결에 기반하니 일단 여기서부터 이상해진다. 소수의 뜻을 위해 다수가 침묵해야 하는 것은 과거 엘리트 주의가 남긴 잔재다. 이는 다수결 사회에서 '묵살되는 소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라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또, 엘리트 주의와 별개로, 소수집단이라는 것은 하나가 아닐 수 있다. 아니, 하나가 아닐 수밖에 없다. 100 중에서 70이 다수고 30이 소수라고 해서 그 30이 모두 같은 집단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
여기서 논리적 결함이 생긴다. 이미 소수가 주도했으니, 그보다 작은 소수집단도 정치를 주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소위 말하는 '정치적 대의명분'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미 소수가 집권한 이력이 있으니, 그보다 작은 소수가 집권한다 해도 반발할 근거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극단적 갈등으로 이어질 위험요소가 된다.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이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인정해야 하는' 명분이다.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불인정과 불복이 발생할 수 있고, 내란 또는 내전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이 부분은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이기에 여기까지만 쓰겠다. 아마 창작 세계에서는 더 자유롭게 풀어낼 기회가 있지 않을까.

'Work Room _ 창작 작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정] 국가 정치 구조의 필요성 (1) | 2025.02.17 |
---|---|
[설정 참고]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비교 (0) | 2025.02.16 |
[설정 참고] 스위스 연방 정치 구조 (1) | 2025.02.14 |
[설정 참고] 튀르키예 공화국 정치 구조 (0) | 2025.02.13 |
[설정 참고] 러시아 연방 정치 구조 (0) | 2025.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