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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Room _ 창작 작업

[설정] 국가 정치 구조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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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국가들의 정치 체제나 사회 시스템 등을 살펴보는 작업을 하다가 문득 '현타'가 왔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 순간, 본래의 목적과 방향을 놓쳤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본래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리마인드하는 차원에서 포스팅 하나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될 세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가상의 국가'를 설정하는 것은 중요한 단계가 된다. (지리적 요건을 설정하는 게 더 우선이 될 수도 있지만, 그건 따로 이야기하는 걸로.) 이 과정에서 정치 체제는 국가의 정체성과 이야기 전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꼭 '국가'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정치 체제는 국가의 역사, 사회 구조, 외교 관계 등 다양한 요소와 얽혀 있다. 이를 잘 설정하는 것은 이야기의 개연성과 깊이를 더하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 이야기 소재가 될 수도 있다.

개별 및 전체 세계관 형성

정치 체제는 '국가 차원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보통 세계관이란 특정 개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말한다. 국가는 개인이 아니므로 세계관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섣불리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국가 역시 인간이 모여서 만들어진 집단이다. 그 안에는 지배계층 또는 발언권이 큰 집단이 있다. 마찬가지로 그 집단 안에는 영향력 있는 개인이 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생명이 없는 집단인 국가에도 세계관을 비롯한 가치관이 생긴다. 국가가 표방하는 정치 체제는 곧 그러한 세계관을 드러내는 창구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 의무, 책임감 등을 중시한다. 하지만 독재 체제를 가진 국가라면 그 독재자가 추구하는 요소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이를 근거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폭력적인 수단을 써서 제한하기도 한다.

국가들의 세계관은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을 띠기도 하고, 일부는 같지만 일부는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정치적 배경은 그 국가의 문화와 전통에도 영향을 미치며, 국민들이 어떤 신념과 가치를 갖게 되는지를 결정짓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가상의 국가를 설정할 때는 현실 세계의 국가, 또는 과거 존재했던 국가들의 시스템을 참조할 수 있다. 온전히 상상으로 구현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기반이 되는 지식이 갖춰저 있어야 수월할 것이다.

갈등 및 이야기 전개

한편, 정치 체제는 이야기의 갈등 구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권력 투쟁, 기득권층의 부패, 사회적 불평등 등은 자주 본듯한 기시감을 줄 때도 많지만,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기도 하는 요소가 된다.

이야기의 주체는 보통 인물이다. 따라서 갈등을 일으키는 주체 또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혹은 인물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도 갖가지 갈등을 마주하게 된다.

갈등은 어디서 오는가? 생각의 차이, 사고방식의 차이, 지향점의 차이, 믿음의 차이에서 온다. 이런 것들은 보통 타고나는 것들이 아니다. 즉,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고 듣고 깨닫는 것들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후천적 요인들이다. 한 개인의 가치관과 믿음, 사고방식, 삶의 목표가 결국 사회의 구조, 나아가 정치 시스템과 무관할 수 없는 이유다.

한두 명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다면 굳이 이런 복잡한 작업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단편소설을 구상하는 것이 아닌 한, 고작 한두 명 인물로 이야기를 채울 수는 없을 것이다. '고구마' 캐릭터도 있고, '사이다' 캐릭터도 있으려면 그에 걸맞는 배경이 대략적으로라도 설정돼 있어야 한다.

당연히, 정치적 환경이 복잡할수록 등장인물의 선택과 행동을 더욱 비선형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 디테일한 설정이 있으면 같은 상황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해질 수 있다. 이는 보다 긴장감 있는 이야기 전개를 가능하게 한다. '쓸데없이 디테일한 배경 설정'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뒤에 깔린 역할과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사회관계적 맥락

정치 체제는 법률과 같은 강제적 규범과 사람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규범에도 영향을 끼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체제의 법과 규범이 독재 체제의 법과 규범과 다를 거라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니까.

이는 국민의 일상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국가와 적극적인 사회 안전망을 표방하는 국가는 시민들의 삶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에서 나오는 사회적 불평등,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은 이야기의 중요한 배경이자 소재가 될 수 있다. 단점이라면 다소 진부해지기 쉽다는 것.

한편, 국가와 국가 사이의 갈등을 만드는 데도 정치 구조는 유효한 역할을 한다. 과거 한 작품에서 봤던 사례를 예로 들자면, 한 국가에서 불평등을 겪다 못해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이 새로운 국가를 세우는 사례가 있다. 매우 단편적인 사례지만, '국가 단위의 갈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한편, 외교 관계를 만드는 데도 중요하다. 식량이 풍부하게 생산되는 나라와 지하 광물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상호 간에 든든한 우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대륙 전체의 식량 생산량을 좌우할 정도의 국가가 있다면, 그를 바탕으로 종주국으로 군림하려는 동향을 보일 수도 있다.

위는 경제적 조건에 치중한 사례지만, 같은 조건이라도 그 국가의 정치 체제와 구조가 어떤지에 따라 이야기는 다변화된다. 독재 국가이면서 식량 패권을 가진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는 다를 테니까.

모든 이야기의 전개는 창작자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창작자가 고민할 수 있을 정도의 선택지가 있기 위해서는 그만한 포석이 깔려 있어야 한다. 또한, 그 선택이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개연성 있는 배경 설정이 필요하다. 난해한 정치 구조들을 계속 파고드는 이유다.


이미지 출처 : 프리픽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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